매일신문

수사권 독립 검·경 싸움 가관

검찰과 경찰 간에 불붙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정치권으로 옮겨가면서 검·경은 전방위 로비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하는 상향식 로비는 물론이고 국민들을 상대로 한 홍보전에도 적극적이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드러내놓진 않지만, 틈이 날 때마다 경찰의 행태를 공박하고 정치권 로비에 열중하고 있다.

■전방위 홍보에 나선 경찰

경찰은 최근 경찰서를 중심으로 국회의원 초청 강연회를 잇따라 열고 수사권 조정 홍보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의 경우 이달 들어서만 국회의원 5명을 초청해 특강을 했다.

특강의 주제는 '바람직한 경찰상' 등이었지만 주된 관심은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원들의 견해였다.

지난 7일 안동경찰서를 찾은 권오을 의원(한나라당)은 "이미 수사권 조정에 대해 법안 발의가 된 상태이니 어느 정도 조정되지 않겠느냐"며 "경찰에서 수사를 받은 피의자가 검찰에서 또다시 수사를 받는 것은 이중 수사로 불합리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해 경찰 입장을 두둔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경찰간부 출신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인기 의원(한나라당)은 17일 고령·성주·칠곡경찰서 직원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경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고 국민 편의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13일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을 초청, '판사가 바라본 경찰'이라는 주제 특강을 했다.

이에 앞서 대구경찰청은 이례적으로 지난달 16일 본청 및 8개 경찰서 690여 명의 수사경찰관을 대구지법에 보내 법관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법원을 수사권 독립의 원군으로 요청하겠다는 취지였다.

경찰은 고위 간부부터 하급 직원까지 거의 전 직원이 필사적으로 '수사권 조정' 당위성 홍보에 나서고 있다.

고위 간부들은 면식이 있는 국회의원, 여론주도층 등과 면담·식사 등을 통해 홍보 자리로 활용하고 있으며 '수사권 없는 경찰은 대한민국뿐입니다' 등의 문구를 담은 휴대전화 컬러링, 레터링을 통한 홍보전략도 쓰고 있다.

■논리싸움에 골몰하는 검찰

검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경찰과 다투는 자체가 불쾌하다며 공식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처럼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면 위상 저하는 물론이고 경찰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구지검 고위관계자는 "검찰은 검찰다운 모습을 보일 때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며 "국민적 의혹이 불거진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나 지역 토착비리 등을 척결하면 검찰의 입장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

경찰이 숫자의 힘을 앞세워 벌이고 있는 로비가 위협적인 수준에 다다랐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이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을 위해 국회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벌이는 로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이 국회 법사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초청, 특강을 듣고는 참석자들이 집중적으로 경찰 수사권 독립에 대한 의견을 질문해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최근 국회 법사위원회 의원들에게 전달한 '검사 수사지휘권의 역사적 성격' 보고서에서 "경찰은 예전 식민지 수탈의 도구였으며 검사에게 수사지휘권을 부여해 경찰 파쇼를 견제해야 한다"고 썼다.

일선 검사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검사들의 입장 표명이 '기득권 유지'로 비쳐질까 우려하고 있다.

검사들은 검찰의 수사 지휘가 '적법 절차 확보 및 인권보호'와 '경찰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직원들은 "경찰 수사권 독립은 필연적으로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갖고 올 것"이라며 "사법경찰관은 오히려 검찰로 귀속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회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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