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어 포스 원'

'에어 포스 원'은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일컫는 말이다. 이 영화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된 에어 포스 원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구해낸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재미거리로 미국 영화에서 자주 다루었던 하이재킹(항공기 납치)은 부메랑이 되어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 폭파라는 현실이 되어 그들의 가슴에 꽂혔다.

미국 대통령 마샬은 모스크바에서 테러리스트와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뒤, 가족과 함께 에어 포스 원에 오른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를 납치하여, 체포된 자기들의 두목을 석방하라고 요구를 한다. 파시스트 두목을 쉽게 석방할 수도 없고, 인질로 잡힌 가족을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마샬은 베트남전 참전 경력을 되살려 직접 테러리스트들과 싸운다.

혼자서 테러를 진압한 마샬의 나르시시즘(자아도취)적 전지전능감이나 미국 우월주의는 접어두고, 음습한 죽음의 냄새가 배어나는 테러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테러리즘'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나 대중 또는 개인에게 해를 가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폭력을 사용하는 조직적 행위를 말한다. 요즘은 테러리스트들이 공공연히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자신들의 행동을 알리면서 최대 효과를 얻어낸다. 납치된 인질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방송으로 공개하여, 테러의 목적을 더 쉽게 달성한다. 미디어는 앞다퉈 테러 광경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이미 테러리즘과 미디어 간의 공생관계가 형성되었다. 영화 '트루 라이즈'에서도 아랍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CNN을 통해 자신들의 성전을 선포하는 장면이 있다.

'에어 포스 원'의 테러리스트 폭력의 심리적 요인은 무엇일까?(정치적 요인은 제외하고).

사람은 굴욕적인 대우를 당하거나 증오심을 느낄 때, 가장 폭력적으로 되기 쉽다. 자기들의 지도자가 다른 남성에 의해 굴욕을 당하는 것은 자신이 다른 남성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테러가 대개 남자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은 남에게 창피당하거나 지배당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두려워하는 남자들의 속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패배와 굴욕을 경험한 집단에서 테러리즘, 확장주의, 인종청소 등의 폭력을 보인 예가 많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굴욕적인 베르사이유 조약에 조인한 독일국민들이 나치에 동조한 것이나, 과거 일본 군국주의 등이 그 예이다.

병적으로 자기도취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엄청난 공격심과 증오심을 갖고 있다. 이들이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좌절감을 느낄 경우, 잔인한 행동으로 폭발하기 쉽다. 이외에도 약물이나 알코올중독, 반사회적 인격장애, 충동조절장애, 망상장애 등에서 폭력 행동이 유발되기 쉽다.

영화 '피스 메이커'에서는 주인공이 살해당한 아내와 딸의 시체를 안고 절규하며, 불타는 보스니아 전장에서 피아노를 치며 복수를 결의한다. 이처럼 고통에 찬 희생자의 가족은 자기 안정감이나 자기 가치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원한을 풀 수 있는 공격 욕구를 느낀다. 이런 욕구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더 큰 폭력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이나 집단에 가해지는 수치스런 모욕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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