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같은 과 교수 5명 무더기 사법처리

금품수수·연구비 횡령

해직교수와 전.현직 학과장이 포함된 한 학과 교수 5명이 금품수수,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로 무더기 사법처리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교수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개인 비리'로 보고 있으나, 해당 대학, 교수들은 비현실적인 연구여건이 빚어낸 '암묵적 관행'이라며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같은 과 교수 6명중 5명이 비리연루

대구경찰청은 21일 학생들에게 학점 등 편의를 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고 연구비를 착복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ㄱ대 전 교수 ㅇ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같은 과 교수 4명을 연구비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ㅇ씨는 전임교수 재직당시인 지난 2000년 9월부터 1년간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제자들을 연구보조원으로 허위등록, 인건비 명목으로 4천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ㅇ씨는 또 지난 2000년~2004년 소속 대학원 석.박사과정과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수업을 한꺼번에 모아서 한 뒤 따로 강의 한 것처럼 속여 강의료 1천만원을 챙기고, 출석.학점.시간강사 배정 등에 편의를 주는 대가로 ㄱ(35)씨 등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원생 3명으로부터 400여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ㅇ씨는 이 같은 비리사실이 학교측에 의해 밝혀져 지난 5월말 해임됐다. 같은 과 교수 4명도 2001년 12월부터 1년간 대학원생들을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록시켜 1인당 100만~400만 원씩 모두 1천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과 교수들이 비리로 무더기 사법처리 되기는 유례없는 일"이라며 "학생들의 계좌로 연구비를 타 개인적인 용도로 쓰고도 '모아서 되돌려 주려고 했다'고 변명하는 등 학자적 양심을 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ㅇ씨에 대해 성상납 제보가 접수됐으나 확인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다 아는 비리(?)

ㄱ대측은 21일 교수들의 사법처리 사실이 밝혀지자 긴급대책회의를 갖는 등 당혹해 했다. 사법처리된 현직 교수 4명중 2명이 전.현직 학과장인데다 ㅇ씨를 포함, 같은 과 교수 6명중 5명이 비리에 연루되는 불명예를 안았기 때문.

대학측은 그러나 문제 교수들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연구비 지원 등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예견된 비리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과거 연구보조원에는 월 30만원의 인건비가 책정됐지만 교수에게는 별도 인건비가 없다보니 일부 그릇된 관행이 자리잡았던 것 같다"며 "현재는 교수 1인당 연 300만원의 인건비가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실험.실습이 많은 이과분야에 비해 인문분야 학과는 연구비 부족이 심각한데, 일부 교수들은 연구보조 학생들의 통장.도장을 맡아 학생 명의로 입금된 급여(인건비)를 유용하는 방식이 보편화 돼있었다는 것.

열악한 연구환경 속에서 빚어진 '다 아는 비리' 라는 지적도 있었다. ㄱ대 한 교수는 "30대 박사급 조교에게 한 달 줄 수 있는 인건비가 고작 50만원"이라며 "연구보조원 수를 늘려 잡아 타 낸 돈으로 모자란 인건비를 충당하거나 부수적인 경비로 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같은 연구비 유용이 연구경비 충당보다는 개인적 용도로 쓰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각 대학의 자정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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