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유일 '대안학교' 달구벌고

달구벌고 2학년생인 김가현(17)군은 매주 금요일이면 학교 맞은편에 위치한 아세아복지재단으로 '인턴십'을 나간다. '체험학교' 소속인 김 군은 한달여 동안 아세아재단에서 보조교사로 활동한 결과 "내 길은 바로 사회복지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용진(17)군은 '조소학교' 학생이다. 조소학교는 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모인 또 하나의 작은 학교. 지난해 9월, 일반계고등학교의 숨막히는 입시교육이 싫어 달구벌고로 전학 온 신군은 이곳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했고, 그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대구와 경북 칠곡의 경계지점인 팔공산 자락 대구 동구 덕곡동에 자리 잡은 달구벌고등학교. 대구 유일의 '대안학교'인 이곳에는 지난 5월 말부터 진학학교, 특공대(특별히 공부해서 대학가려는 학생들의 줄임말), 조소학교, 기술학교, 체험학교, 조형학교, 문화예술학교 등 7개의 '작은 학교'가 들어서 있다. 학교 안의 학교인 셈이다.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할 고등학교 2학년생들에게 자신이 꿈꾸는 삶의 설계도를 그리고 그에 필요한 맞춤식 학교를 찾도록 한 것이다.

작은 학교를 세우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달구벌고교는 그동안 대안(?)을 찾지 못한데다 기숙사 공사 등으로 뚝딱대는 소음에 지친 여러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갔다. 남은 아이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최영준 교장의 아이디어로 '꿈'찾'사'가 출발했다. 땅도 파고, 대나무를 짜 맞춰 학교에 정자도 만들고, 새벽인력시장에 나가 막노동판을 뛰며 아이들이 몸으로 부딪쳐 자신의 진로를 모색하도록 한 프로그램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결국 2학년 40명의 아이들이 누구의 권유 없이도 각자의 목표를 찾아 작은 학교를 설계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주 주말이면 다음주 수업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이때 거부의사를 표시하면 수업에 참석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교실에는 들어가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야할 일을 계획해 함께 제출해야 한다.

간디학교와 이우학교 등 최고의 대안학교를 거쳐 올해 초 이 학교에 부임한 최영준 교장은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은 학교가 아이들의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먼저 다가서되 장래에 대한 생각 없이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이 희망을 통해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은 학교가 출항한 지 한 달여. 하루가 다르게 빛나는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달구벌고의 성공 변신을 예감할 수 있었다.

한윤조기자 cgdrea@imaeil.com

사진: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달구벌고교의 학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제작 중인 대나무 정자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