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에세이-아주 특별한 가족

지금도 저런 가장이 있을까 할 정도로 유별나게 살아가는 남자가 있다. 나이는 마흔을 훨씬 넘은 듯이 보이고, 동물을 키우는 것이 그의 직업 같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는 것도 아니고 부인이 상점을 운영해 생활에 보태는 듯이 보인다.

그는 매일 아침 아이들 다섯을 일찍 깨워 산으로 데려가 딸기나 오디를 따먹는 것으로 아침밥을 대신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명심보감을 가르치는 것으로 보아 현대식 교육보다는 유교식 교육에 관심이 큰 것 같다. 옷도 조선시대 농부가 입는 옷을 입고 머리도 길게 길러 자연인의 생활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인이 아이들에게 빵을 사다가 먹이면 그는 아이들이 먹던 빵을 빼앗아 기르는 당나귀에게 가져다 주는 것을 보면 부부간에 성격이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지 부인은 여섯 번째 아기를 임신 중이고 부부가 싸우거나 의견충돌을 일으키는 것 같지도 않다.

그는 아이들에게 1등 하지 말고 꼴찌를 하라고 가르쳐도 아이들은 그의 말에 순종하지 않고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다고 하니 그의 철학이 잘 먹혀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학교 교육을 많이 받지 않았지만 두뇌는 비교적 명석해 보인다. 오디를 딸 때도 오디가 풀밭에 떨어지면 줍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아이들에게 뽕나무 밑에 넓은 비닐을 펴놓도록 한다.

당나귀를 기르는 것도 그것을 팔아 소득을 남기려고 하는 것보다는 심심하면 그와 아이들이 타고 놀기 위해 기르는 듯이 보인다. 부인이 어떤 장사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것을 보면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집에 떼어놓고 다닌 것이 아닌가 느껴질 정도로 아이들도 아버지를 잘 따르는 것 같고 그도 아이들과 마음이 잘 맞는 듯이 보인다. 세상 사람들은 다투어 아이들을 유치원을 보내지만 그는 겨우 초등학교에 보낼 뿐 과외나 학원도 모르고 명심보감 등 고전만 가르치고 있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녀들이 스무 살이 되기까지는 시골에서 데리고 살 예정이고, 어른이 된 뒤에는 본인 의사를 존중해 원하는 것을 하도록 한다고 하니 고집불통이나 편협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최근 게임에 중독된 한 젊은이가 자신이 만든 게임에 나오는 인물을 상대방이 죽였다며 그 상대를 찾아가 흉기로 찌른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그 젊은이는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과 실제 인물을 혼동해 저질렀다고 한다. 하루에 열 시간씩 컴퓨터 게임을 하는 어른과 아이가 몇십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뉴스를 들으면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물질적 풍요가 꼭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TV에서 본 별난 40대 가장이 자녀들에게 꼴찌가 되라고 하는 것도 지나친 것 같고, 대다수의 부모들이 제 자식이 공부 잘하도록 바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 학급이 50명이면 1등부터 50등까지 석차가 있어야 하는데 남들이 10등 이하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제 자식만은 10등 이내에 들기를 바란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욕심이다. 내가 듣기로 제 자식에게 꼴찌를 하라고 한 사람은 그 사람이 처음이 아닐까. 사람에게는 승자에 대한 존경심이나 선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사회가 발전하겠지만 그로 인한 폐단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쟁 없는 사회가 있다면 그 사회는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되겠지만 그것은 영원한 꿈일 뿐 실현 불가능하다. 제 자식에게 꼴찌가 되라고 가르치는 부모가 지금보다 더 많아진다면 그 사회는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가 되지 않을까.

정재호 시인·수필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