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는 단연 '군대'다. 얼마 전 국적 포기 문제로 나라 안이 죽 끓듯 했었을때 입 가진 사람들은 모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내세우며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지난 24일 연천 최전방 감시 소초(GP)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이런 국민들의 뜨거운 단심(丹心)을 순식간에 식게 만들었다. 꽃 같은 8명 병사의 주검 앞에서 온 국민이 슬퍼하며 분노를 터뜨렸다. '군대 공포증'도 생겼다. 오죽했으면 "국적 포기자 부모들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할 정도일까.
◇ 온 국민의 시선이 군대로 쏠려 있는 가운데 이번엔 '알몸 신고식'이라는 해괴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 전역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에는 강릉 한 전경부대의 전경 여섯명이 알몸인채 쑥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고 선임으로 보이는 전경은 재밌다는 듯 웃고 있다. 경찰은 이경에서 일경 진급시의 관행적인 신고식으로 가혹행위가 아닌 장난일 뿐이라고 궁색하게 해명했다.
◇ 심심풀이로 던진 돌이 개구리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엄청난 공포가 된다. 이런 장난질이 혹 병사들 중 누군가에게 자제할 수 없는 수치심과 분노를 갖게 했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훈련병들에게 강제로 인분을 먹게 한 사건 등 참담한 사건들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이루어지는 군대에서 왜 꼬리를 물고 일어나야만 하는지….
◇ 오늘로서 6'25 발발 55주년이 됐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땅은 허리가 끊어져 있고, 우리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부서지고 무너졌던 이 땅을 피땀으로 일궈내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으로 우뚝 서게 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구상 최후의 분단국가 국민이다.
◇ 지금의 신세대에게 6'25는 어떤 의미일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6'25와 같은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나가서 싸울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1%는 "없다"고 답했다. 더구나 20대 중 46%는 한국전쟁의 발발 연도도 모르고 있었다. 이 땅을 자욱하게 뒤덮었던 포연과 귀가 터질 것 같았던 포성, 끝없는 피란민 행렬, 부모의 손을 놓쳐 우는 아이들…. 55년 전의 비극적인 장면들 위로 지금 우리 군대의 현실이 자꾸만 오버랩된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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