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전쟁 발발 55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휴전선에서는 총성이 계속 울리고 서해에선 남과 북의 해군이 이따금 교전을 벌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이며 남과 북의 체제 경쟁은 한반도를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지역, 그리고 냉전지역으로 남겨 놓았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과 그로 인한 '정전 체제'는 한반도에 언제든지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지금,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 되어 버렸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50대 이상의 세대들에게 한국전쟁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전쟁은 그저 지나간 역사의 한 장일 뿐이다. 사실 한국전쟁은 가히 세계 체제 전체를 뒤흔든 국제전이었다. 1950년부터 1953년 사이, 한반도에는 무려 150만 명의 외국군이 몰려들었고 48만 명의 국군 및 연합군이 죽거나 다쳤다. 100만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 및 부상'납치'행방불명됐고 240만 명의 피난민과 10만 명의 전쟁고아를 낳았다. 피해액만 당시로선 상상하기 힘든 23억 달러에 달했을 정도다.
전쟁은 여전히 한국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일반인은 그리 많지않다. 남과 북의 정권들은 한국전쟁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알려주길 꺼려했다. 단지 한국전쟁을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용하고자 했을 뿐이다. 실제로 국사 교과서에 실린 한국 현대사는 전체 분량의 10%에도 못 미치고 그 중에서도 한국전쟁에 관한 내용은 단 2쪽에 불과하다.
'한국전쟁'은 한국전쟁을 둘러싼 여러 의문들에 대해 명쾌한 답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를 지향하는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편견과 왜곡에 과감한 메스를 들이댄다.
저자의 분석은 우리의 상식을 깬다. 북침인가, 남침인가를 따지는 논쟁에서 저자는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침략하도록 유도했다는 '남침유도설'을 꺼내들었다. 미국은 불안한 남한의 정세를 대외적인 전쟁을 통해 극복하기 위해 북한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알면서도 주한미군을 철수시켰고, 전쟁이 일어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날 제트기를 띄우는 등 민첩성을 보였다는 것.
저자는 한국전쟁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국은 서울을 탈환하는데 무려 열흘이나 걸렸다. 이는 북한군이 만주에서 전열을 정비, 중국군과 함께 진격하는 결과를 낳았다. 상대의 허를 찔러 전세를 단번에 뒤집긴 했지만 승리에 도취한 유엔군이 38선 이북으로 진격한 점도 실수였다. 관망하던 중국군을 전장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중국군이 '인해전술'을 쓰지 않았다는 주장도 상식을 뒤엎는다. 중국은 1950년 11월 중국군 12만 명과 유엔군 2만 명이 맞섰던 장진호 전투에서만 그렇게 불릴만한 전술을 보였을 뿐, 오히려 게릴라 전술을 주로 썼다.
1'4 후퇴 이후 충청도까지 밀리는 와중에 유엔군이 하와이 근처의 섬에 국민 10만 명을 이주시켜 대한민국 망명정부를 수립하려 했다거나, 1949년부터 공공연히'북진통일론'을 외치는 이승만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이'항상 준비해둬야 하는 계획'이라는 뜻으로 일명'에버레디 플랜'이라는 쿠데타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정전협정문을 포함 풍부한 사료들과 60컷에 달하는 전쟁 당시 사진과 지도, 전쟁 일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도 눈에 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