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의 향토인들] 향우회-(3)안동시

안동의 별칭중 하나는 '인다(人多)의 고장'이다.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인이고, 영남 인재의 반은 안동인"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이다.

이같은 '인다'의 전통은 조선조에서 끝나지 않고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안동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부모님의 고향이 안동이거나 안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 안동에서 태어났지만 일찍 타지로 떠난 사람들이 '안동인'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바로 이 전통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에 거주하는 안동사람은 가족을 포함해 약 25만명에 이른다. 안동 사람만 모아도 웬만한 중견 도시 하나는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안동 출신 인재들이 가장 많이 포진하고 있는 분야는 경제·금융계이다. '양반 고장'인 안동사람은 경제활동과 거리가 있을 것이란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김종길 삼보컴퓨터 부회장. 지금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빛이 바래긴 했지만 한국에 PC 대중화의 기틀을 닦았다는 명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종훈 전 한전사장도 안동을 대표하는 CEO다. 원자력건설 처장으로 있으면서 고리원전 건설을 이끄는 등 한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김광훈 경향신문 논설고문의 형이다.

풍산(주)의 유진 회장, 유목기 총괄부회장, 이문원 방산부문 대표이사, 유화석 한솔텔레컴 대표이사, 두산그룹의 주력기업인 두산중공업의 김종세 부사장, 이선호 삼성물산 전무, 서원태 (주)갑을 부사장, 조주목 전 삼성종합건설 사장, 유호기 전 에스오일 사장, 유한섭 전 신세계백화점 사장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계에도 굵직한 인사들이 많다. 김동원 국민은행 전략그룹 부행장, 신용순 외환은행 리스크담당 상무, 유동천 제일상호저축은행 회장, 강석인 한국신용정보 사장, 김유성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 등이 현직에서 활동중이다. 장철훈 전 조흥은행장, 송보열 전 제일은행장, 손홍균 전 서울은행장, 권영진 전 신한은시스템 대표이사 등도 안동을 대표하는 금융인이다.

'문사(文士)의 고장' 답게 언론계에도 인물들이 많다. 중앙일보 수습 1기 출신으로 중앙일보 특종 1호를 기록했으며 편집국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까지 오른 금창태 시사저널 대표,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주필, 사장을 지낸 권오기 동아일보 신문박물관장이 대표주자이며 김광훈 경향신문 논설고문, 천상기 전 내외경제신문 편집국장이 뒤를 잇는다.

대통령 공보비서관, 서울신문 사장을 거쳐 신아일보를 창간한 장기봉 전 신아일보 사장, '왈순아지매'의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으로 서민에게 통괘한 웃음을 선사했던 시사만화가 정운경 화백, 안동상고 출신으로 MBC스포츠·플러스·드라마넷·게임 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장근복 사장도 있다.

정계에는 내리 3선을 시켜주지 않는 안동의 전통(?)을 깨고 3선 고지에 오른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이 있으며 원외에서도 17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을에 출마해 선전했던 권영진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이 정치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또한 권정달(자유총연맹회장), 오경의(민주산악회장), 권영우(세명대총장),유승번, 박구일, 유돈우, 김길홍 전 의원이 있다. 이밖에 문화체육부 차관 출신으로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김도현씨, 민한당 의원을 지낸 김노식씨도 있다.

관계에는 이희범 산자부장관이 가장 눈에 띤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12회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한 수재로 통상분야에도 일가견이 있다.

최근 후배를 위해 용퇴한 김광림 재경부 차관도 안동출신이다. 안동농고와 영남대를 나온 지방출신으로 경기고.서울대 출신이 즐비한 경제팀의 수장부처인 재경부에서 차관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뛰어난 생존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김종갑 특허청장, 류필계 서울체신청장, 이주형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김태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상임이사, 김국현 행자부 정부혁신본부 혁신전략팀장, 김신종 환경부 대기보전국장, 이병진 국무조정실 규제개혁기획단 기획총괄팀장, 권영규 서울시 문화국장, 이유택 서울 송파구청장 등이 있다.

전직들도 화려하다. 권중동 노동부장관, 이상옥·유종하 전 외무부장관, 권영각 전 건설부장관, 심우영 전 총무처 장관, 김명년 전 서울시지하철공사 사장,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 등이 있다.

법조인물로는 법무부 차관과 서울 고검장을 지낸 김경한 변호사, 광주고검장과 대법원 판사를 거친 이준승 변호사, 서울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를 역임한 김승년 변호사,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김광년 변호사 등이 대표 주자이다. 김승년 변호사는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었다.

학계 인사는 부지기수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시인이자 학자인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이다. 고령이지만 지난해 8월 시집 '해가 많이 짧아졌다'를 펴낼 만큼 왕성한 창작열을 보이고 있다. 노동부장관을 지낸 김호진 전 고려대 교수도 교육인적자원부 사학분쟁조정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동기 고려대 명예교수도 하나로통신 이사장 겸 사외이사를 거쳐 현재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한국 비교문학의 개척자인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99년 미국 인물연구소 선정 '500인의 영향력있는 지도자'에 선정된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홍기형 대진대학교 총장, 한국조세학회장과 고려대 정책대학원장을 지낸 유한성 고려대 교수, 도시계획 전문가인 김원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권상철 안양과학대학 이사장, 상공부 화학제품과장과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국장을 거친 권기성 세명대 교수 등도 있다.

문화예술계에도 다양한 인사들이 있다. 유안진 서울대 교수는 교육심리를 전공한 학자이지만 여류시인으로 더 유명하다.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용의 눈물' 등 시대극에 출연해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준 탤런트 정일모, 이일웅씨와 영화배우 이중락씨 등이 눈에 띈다. 이일웅씨는 의성이 고향이지만 안동고를 졸업해 동문들이 '안동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다.

연극인으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영화)'와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전국에서 공연된 연극 '인간 박정희'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던 이균식씨가 있다.

이창동 전 문화부장관도 안동(도산면 온혜동)에서 태어났다. 이 전 장관의 형 이필동 전 극단 원각사 대표와 동생인 영화감독 이준동씨도 안동생이다. 촬영감독으로 영화 '헌법 제1조'를 촬영했던 이동삼씨는 국내에서 해저 촬영의 1인자로 꼽힌다.

이밖에 노동계 인물로는 구 상업은행 노조위원장과 금융노련 위원장을 지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있고, 종교계에서는 조선 인조때 창건된 이후 병자호란과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폐허가 된 광주 망월사를 혼자 힘으로 복원한 이동영 스님(법명 성법)이 있다. 퇴계 이황선생의 15대 직계손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대만유학을 다녀온 신여성이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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