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노동자 체육대회 26일 열려

"친구 얼굴 한번 보려고 거제도에서 달려 왔어요."

26일 오전 계명대학교 대명동 캠퍼스 운동장에는 모처럼 작업복을 벗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구외국인상담소가 1년에 한차례씩 여는 체육대회로 올해로 7번째다.

이날 체육대회에 모인 외국인 근로자는 700명 정도. 산업연수생도 있지만 3분의 1 정도는 불법체류자들이다.

추방될까봐 함부로 돌아다닐 수도 없는 형편이지만 향수를 달리기 위해 대구는 물론, 안산, 거제도에서도 시간을 내 행사장을 찾았다.

그렇다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체육대회는 단순히 실력을 뽐내는 경쟁의 장만은 아니다.

낯선 이국 땅의 노동현장을 지키는 이들에게 이날은 같은 처지의 외국 친구들과 만나 시름을 덜어내고 고향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날이 된다고 했다.

반드라(29·인도)씨는 지난밤 야근으로 한 숨도 못잤지만 동료 5명과 함께 새벽 김천에서 출발해 행사장을 찾았다.

오후에는 또다시 야근을 하기 때문에 오래 머물수 없어 경기에는 안중도 없고, 고향친구들을 찾느라 마음이 바빴다.

그는 "모두들 건강하게 잘 있어 다행"이라며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쉽게 친구들과도 만날 수 없었는데 이 자리에서 얼굴을 보게 되니 피곤함도 잊게 된다"고 했다.

대부분은 스리랑카,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근로자들. 나라도, 언어도 다르지만 서스름없이 어울렸다.

공을 던지고 치는 '크리켓'을 통해 마음은 하나가 됐다.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들도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또 목청껏 응원을 하며 시름을 더는 함박웃음들을 터뜨렸다.

대구 동구 반야월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는 기리산(26·스리랑카)씨는 "모두가 고향을 떠나 이국 땅에서 힘겹게 살다보니 서로를 이해해주는 마음이 깊어진다"고 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이들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떠나버린 3D 산업현장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산업 역군들"이라면서 "고된 일을 하면서도 차별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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