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여긴 내 신앙의 둥주리 낙동강 흥건한 유역

노을 타는 갈밭을 철새 떼 하얗게 날고

이 수천 헹구는 가슴엔 '세례 요한'을 듣는다

석간을 펼쳐들면 손주놈 '고바우'를 묻는다

혀끝에 진득이는 이 풍자 감칠맛을

전할 길 없는 내 어휘 모국어도 가난타네

네 살짜리 손주 놈은 생선뼈를 창살이라 한다

장지엔 여릿한 햇살 접시엔 앙상한 창살

내 눈은 남해 검붉은 녹물 먼 미나마나에 겹친다

눈 오시는 날에 절두산 기슭을 거닌다

푸르디푸른 강 앞에 목숨의 길을 듣는다

뜨거워 오히려 찬 이마 그 사랑을 듣는다

이영도 '흐름 속에서'에서

예순을 넘기고 얼마 있잖아 세상을 뜬 이영도가 말년에 쓴 작품이다.

세상살이의 애환이 그 특유의 호흡과 어법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강 이미지는 결국 생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며, 그 흐름 속에서 강의 종착점인 바다가 나타난다.

수질공해로 인체 질병이 극심한 일본의 항만인 미나마나가 등장하는 점도 그 시사하는 의미와 함께 이채롭다.

또한 마지막까지 꼿꼿하고 단아한 자태를 견지하고 있는 점이 아름답다.

한 사람의 생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흐름 속에서'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유종지미의 참뜻이 헤아려질 듯하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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