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대형 건물 사업 신청, 쾌적한 교통 환경 확보를 위해 실시하는 교통영향평가(교평)가 사업자와의 '흥정 창구'로 변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드세다.
전문가들은 "시가 별도의 전문심의기구에서 논의하고, 직접 시행해야 할 도시 기반 사업까지 교평에서 결정, 그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사업자가 추진하는 대형 건물의 교평을 통과시켜 주고 있어 특혜 시비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8일 교평을 통과한 황금네거리 45층 주상복합건물은 시와 사업자가 황금아파트와 중동로간 550m 길이의 지하차도(200억 원 추정) 건설을 교평 통과 조건으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는 대형 할인점 유치, 용적률 확대 등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곳은 2003년 10월 대형 할인점 입점 없이 공동주택 889가구, 오피스텔 48실 등이 들어서는 지하2층~지상43층 규모로 교평을 통과한 바 있으며 당시에도 지하차도 건설을 전제로 한 조건부였다. 하지만 당시 사업자는 지하차도 건설비 충당 등 수익성이 떨어져 곧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지금의 사업자는 공동주택 867가구, 대형 할인점 등이 들어서는 지하 3층, 지상 45층 규모로 용도를 일부 바꿔 교평을 재신청했고, 예전과 같은 지하차도 건설을 조건으로 교평을 통과했다.
이 건물의 경우 교평의 핵심인 자체 교통 유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용적률을 현저히 낮추거나 대형 할인점 면적을 크게 줄이는 방안 중 택일을 해야 하나 용적률은 옛 사업 682.49%, 현 사업 670.09%로 별 차이가 없고, 대형 할인점 면적도 별로 줄지 않았다.
시는 교평을 통해 당초 1만8천㎡에 달했던 대형할인점 면적을 1만975㎡까지만 줄였고, 이에 따른 자체 교통 발생량 억제 효과는 평일 기준으로 하루 2천대 내외에 그쳐 적어도 5천~6천㎡는 더 줄여야 했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다.
취재팀이 2005년 1~6월까지 이 건물의 교통영향평가서를 분석한 결과 옛 사업의 자체 교통 발생량은 평일 기준 하루 4천917대지만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는 현 사업은 배 가까운 8천104대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심의위원은 물론 시 내부에서도 교평통과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대구시 관계자는 "조건부 통과 조건인 지하차도는 교평의 원칙에는 맞지 않지만 궁핍합 시 재정과 시민의 교통 편의를 위해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들은 지하차도 무용론과 지하차도 건설 시 막대한 추가 비용을 제기하고 있다.교평 위원인 한 교수는 "지하차도는 동대구로 전체의 교통량 해소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황금네거리는 현재 건교부의 교통서비스 수준에서 최하 수준에 가까운 FF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변 개발이 완료되면 시민들에게 교통지옥만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지하차도는 동대구로에 있는 범어천 밑을 통과할 수밖에 없어 공사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있다.
또 장차 지하철 3호선 건설 시 예상치 못한 추가 공사 비용발생은 물론 공사 자체가 힘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교수는 "교평에서 지하차도 건설에 대한 기술적 문제는 물론 정확한 비용까지 계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는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한 나머지 미래의 엄청난 손해를 불렀다"며 "추가 공사 비용이 발생하면 사업자는 분양가에 전가할 것이고, 이는 고스란이 시민들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시행사는 "전국에서 사업을 해 봤지만 별도의 전문기구에서 다뤄야 할 공공사업을 교평에서 거래하는 곳은 대구 뿐"이라며 "그래서 사업자들은 대구에서의 사업 승패는 교평이 좌우하고, 거래로 교평을 통과하면 더 중요한 건축허가, 사업승인 등은 요식행위로 여긴다"고 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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