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원 "대법원장 특검추천 부적절"

재야법조 "정치적 타협이자 난센스"…"삼권분립 위배 소지도"

여야가 유전의혹 특검법 절충안 도출과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특별검사 추천을 대법원장이 행사토록 합의한 것에 대해 법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피력, 귀추가 주목된다.

재야 법조계도 사상 초유로 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한 여야 간 합의가 재판을 담당할지도 모를 법원에 부적절한 부담을 안긴 지나친 처사라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8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토록 할 경우 법원이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을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입법권이 국회 고유의 권한인 만큼 굳이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킨다면 법원 입장에서는 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내키지 않지만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야는 이날 오후 대법원장의 추천을 골자로 하는 특검법 절충안을 마련한 뒤 법원에 의견을 구했고 대법원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특검 추천권을 행사해 왔던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번 여야 간 합의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반발하는 등 재야 법조계도 "매우 부적절하다", "난센스다"라며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창우 변협 공보이사는 "특검을 추천하려면 변호사 중에 물색할 수밖에 없고 어떤 인물이 공정한지 판단하고 평가해야 하는데 사법부가 이 같은 판단과 평가를 내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은 나중에 법원이 재판을 담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여야 합의는 핵심쟁점이었던 특검 추천권에 대한 궁여지책에서 나온 타협의 산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총장은 "형사사건 처리의 당사자인 대법원의 수장이 검찰권을 행사할 특검을 추천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예전처럼 변협 회장이 추천권을 갖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석연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도 변협의 추천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한마디로 정치적 쇼이자 난센스다.

대법원장이 정치적 사건에 관여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할 소지가 많다"고 비판했다.

김갑배 변호사도 "변협회장은 변협회원에 대해 추천권을 갖는다는 명분이 있지만 대법원장이 판사도 아닌, 변호사를 추천한다는 것은 논리가 빈약하다.

재판권을 행사할 사법부가 검찰권을 행사할 변호사 추천에 관여한다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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