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을 사람의 몸에 비유한 적이 있다. 초'중학교는 손과 발, 고등학교는 허리, 대학은 머리에 해당하는 교육을 담당한다는 게 그 내용이다. 이들 학교 교육 가운데 우리나라는 '허리' 부분 교육이 가장 부실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고교 교육은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개인이나 가족 구성원, 사회인이나 직장인 등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적'기본적 공통 자질과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지만, 지금까지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 그렇다면 고교 교육을 제대로 살려내는 일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농'어촌 고교의 교육 여건은 말이 아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인근 도시로 빠져나가 지역 사회는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날로 가속화되는 추세다. 도시와 농'어촌 간 교육 격차가 계속 벌어져 위장 전입 등 갖가지 편법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도 하다.
◇ 교육인적지원부는 어제 농'어촌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1군 1우수고' 육성 계획을 밝혔다. 2009년까지 전국 88개 군별로 1개 고교를 집중 육성하는데 1천408억 원을 지원, 외지로 빠져나가는 우수 학생을 줄이기 위해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50%씩 부담해 학교별로는 연간 16억 원을 3년 간 집중 지원한다는 게 그 골자다.
◇ 이미 지난해 울진고, 부산 장안제일고, 인천 강화고 등 7개 고교가 시범학교로 지정돼 우수고로 발돋움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는 7개, 내년엔 21개,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해마다 20개씩 지정해 88개 고교로 확대할 움직임이다. 이렇게 선정된 학교는 학생 선발, 교육과정 편성 등 학사운영에 큰 변화를 가져와 '자율 학교'로 거듭나게 되며, 여러 가지 교육 여건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 그러나 교육부의 이 같은 계획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점들이 없지 않다. 예산 문제도 걱정이나 과연 의도에 걸맞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이다. 고교 교육 정상화와 도'농 간 격차 줄이기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 학생이 공정'공평한 대접을 받게 되고, 지방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이 크게 늘어나게 될는지, 행여 '용두사미(龍頭蛇尾) 정책이 되지 않을지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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