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교육감 후보 지상 토론회

대구시 교육감 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왔다. 46만여 명의 학생들과 2만여 명의 교원을 대표해 향후 4년 동안 대구 교육을 이끌어갈 교육의 수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매일신문은 짧은 선거 일정 때문에 후보들의 선거 공약과 교육에 대한 소신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여론에 따라 신문 지면을 통해 이를 비교해볼 수 있는 후보 초청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단순한 정견 비교가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구의 교육 현안과 해결 방향을 집중 조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육 일반

사회:현재 대구 교육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그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상철: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쾌적한 환경과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시설의 현대화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교실마다 진공청소기, 환풍기, 냉방 시설을 설치하겠으며 푸른 학교 가꾸기, 다목적 우레탄 체육 시설 설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정만진:부정부패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예산의 부당한 사용과 낭비, 그리고 바뀐 대학입시에 부응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암기위주의 문제집 반복풀이식 진학지도가 대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가분석팀'을 운영하여 예산을 절감하고 '교육청 예산집행 평가단'의 일상적인 감사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수업을 독서, 논술, 토론형으로 개편하고, 전체주의식 보충수업을 폐지하는 대신 최대한 개별화 교육을 실시하겠습니다.

사회:신 후보는 교육감 재임 동안 전교조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신:사안에 따라 대립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대구 교육을 위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고 봅니다. 재임 동안 총 68회의 실무교섭을 통해 380여 개 항의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앞으로도 대화의 창을 열고 의견 수렴을 해나갈 것입니다.

사회:정 후보는 전교조 후보로 선거에 나서셨는데, 전교조가 최근에 너무 정치지향적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전교조가 정치단체가 돼서는 안 되지만 정치와 무관하기는 어렵습니다. 학생과 교사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사회:신 후보는 지난 4년의 재임을 어떻게 자평하십니까.

신:창의적 학습자 양성을 위해 400회 이상의 교원 연수, 200종 이상의 자료 개발 보급,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창의마을 운영 등으로 대구를 명실상부한 창의성 교육의 메카로 만들었습니다. 도덕적인 생활인 육성에 있어서도 지난해 수능시험 부정 사건 연루자가 한 명도 없었으며 사랑의 손잡기 운동은 전국의 귀감이 됐습니다. 특히 난치병 학생 돕기는 사업 시작 반 년 만에 20여억 원을 모금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습니다.

사회:정 후보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과연 대구 학생들의 창의성이 진작됐느냐는 대학 신입생의 절반을 뽑는 수시 전형에 대구 학생들이 최악의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난치병 어린이 돕기의 경우 학생과 교사들에게 성금을 할당해 인성교육의 효과가 반감됐습니다. 신 교육감 취임 후 부정부패 사고가 여전하고 부방위 발표도 전국 시도 교육청 가운데 2,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교육행정·인사

사회:책임 있는 교육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가 전제돼야 합니다. 교원 인사에 대한 소신, 대구 지역 상황과 관련해 생각 중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신:교원 인사에 대한 평소 소신은 투명한 인사 행정의 실현입니다. 그동안 학연이나 지연 등에 얽매이지 않고, 청탁을 배격하며, 초·중등 관계없이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탁하여 임용해 왔습니다. 앞으로 유능한 인재 유치를 위해 교육장, 직속기관장 공모제 실시를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정:인사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국장은 초등에서 임명하고 전문직도 50%를 초등에서 뽑겠습니다. 교육청 간부, 지역교육장, 산하 기관장을 공모제로 선임할 것이며, 특정교사가 여건이 좋은 학교로만 순회근무하는 일이 없도록 인사전보제도를 바로잡겠습니다.

사회: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으며, 바람직한 평가 방안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신:교원평가제의 기본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갑작스럽게 실시해 부담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교사로서 평가에 당당하게 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평가 방법과 누가 평가하느냐의 문제 등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폭넓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교육은 '사람'을 만드는 유목적적 행동이기 때문에 교원에 대한 평가는 그것이 교육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여부를 중심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엄중 징계하고 자질 부족 교원은 충분한 재교육을 실시하되 개선되지 않으면 다른 일을 맡기는 것이 타당합니다.

사회:최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정: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사립학교법 개정은 대학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만 초·중·고는 그리 민감할 문제가 없는 내용입니다. 법 개정은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신:일부 사립학교의 문제를 이유로 법을 고친다는 데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감사활동을 강화해 문제가 있는 학교와 관계자를 엄벌하는 정책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립학교의 설립 과정과 건학 이념도 존중해야 합니다.

◇학력·인성 교육

사회:대구의 학력 혹은 대학입시 결과를 두고 평가가 엇갈립니다. 예전에 비해 혹은 대구 학생들의 잠재력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하십니까. 이에 대한 해결책과 2008 대입제도 변화 대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신:대구의 서울대 입학자 수가 줄어든 것을 두고 일부에서 학력이 저하되었다고 하나, 이는 잘못입니다. 서울대 정원 감소 및 지역 균형 선발제 도입 등으로 숫자상으로는 줄었지만 점유율은 높습니다. 대구 학생들이 의대나 한의대 등을 선호하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독서교육, 글쓰기 교육, 토론 학습 등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정:객관적인 근거 없이 대구 학력을 전국 최고수준이라고 선전하면 곤란합니다. 특히 수능시험의 상위 등급 학생 비율이 높다는 식의 주장은 수시 합격자가 낮은 대구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독서, 논술, 토론 중심의 수시 전형에 대비하지 못하고 암기 위주 문제집 풀이만 한 결과입니다. 2008 이후 입시는 더욱 논술 중심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토론형 학습활동이 자리잡도록 지원하고 개별화·그룹화 독서 논술 토론형 보충수업을 실시해야 합니다.

사회:지역 간 교육 환경의 차이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력 격차는 어떻게 해소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정:지역 간 학력 격차에 대한 책임은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함께 져야 합니다. 소외계층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 특별예산을 지원해 기초학력 부진 문제 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합니다. 또 교육관련 정보를 공개해 수성구 전입이 결코 자녀의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신:취약지 학교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우수 교사를 배치하는 등 더 많은 지원을 하겠습니다. 해당 지역 학교별 교사 협의회를 통해 교사들의 책임감을 고취시키고 과목별 보충 학습 지도반을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적극 하겠습니다.

사회:학교 폭력, 왕따 등의 문제는 실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심각한 현실입니다. 대구의 경우 어떤 상황이라고 판단하십니까.

신: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는 큰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학교 폭력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사들의 상담 활동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겠습니다.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습니다.

정:대구 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전국 상황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폭력과 왕따의 비인간성에 대해 학생들을 교육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교 시설을 개선하고 문화공간과 프로그램 개발, 학교 권위 회복 등의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합니다.

한편 대구시 교육감 선거는 29일 오후 4시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린 소견발표회를 시작으로 3일 동안 합동 유세를 한 뒤, 다음달 4일 투표를 실시한다.

사회:홍석봉 사회1부장

정리: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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