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대형 건물의 교통영향평가(교평) 통과 대가로 사업 시행사에 떠안긴 공공사업(고가차도, 지하차도, 지하통로 등)이 주민 반대로 백지화하거나 사업자의 약속 이행이 불투명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시가 교평 대상지 일대에 세운 교통 흐름 개선책이 뒤틀리고, 사업자는 용적률 상승이란 보따리만 챙긴 꼴이 발생하고 있다.
2년 전 두산오거리에 고가차도를 건설하는 조건으로 교평을 통과해 인근에 지하 2층, 지상 42층 규모의 주상복합을 짓고 있는 대우 트럼프월드는 최근 교평을 다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시 시는 사업자에게 원하는 용적률(699%)을 허용해 주는 대신 고가차도를 건설해 시에 기부채납하도록 했지만 이후 고가차도 건설이 주민들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시는 이후 고가차도 건설 조건을 변경, 상동교~상동네거리의 왕복 4차로, 771m 길이의 입체도로로 대체해 사업자에 재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자는 "고가차도는 주상복합건물로 인한 교통량 경감 대책이었으나 '상동교 대안'은 주상복합건물과는 관계가 없어 시의 대체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체 추가 교통 경감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교평 통과 당시 사업자와 맺은 고가차도 건설 이행 협약서에 고가차도 건설이 차질을 빚을 경우 시가 지정하는 대체사업을 하도록 했다"며 "사업자가 협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공사 중단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교평 위원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내에 선례가 없는 과오를 대구시가 저질렀다"며 "당시 조건부 통과의 '조건'이 무산된 만큼 교평 재심의를 통해 유발 교통량을 줄이는 새 안을 세워야 하고, 원하는 수준의 교통 경감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사업 중단 등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어네거리 52층 주상복합도 지난 1월 교평 과정에서 수성구청과 시는 사업자 측에 범어네거리 지하철연결 지하통로(350억 원 추정) 건설을 요구했고, 사업자는 용적률을 높이는 것(660%→730%)으로 건설비를 보장받았다.
하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건설비용을 책정하지 않았고, 분양이 잘되지 않았거나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지하통로 건설에 차질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또 황금네거리 45층 주상복합의 교평 통과 조건이었던 지하차도 건설은 주민 반대로 백지화된 두산오거리 고가차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
사업지 주변의 두산동, 황금동 다수 주민들이 지하차도 건설을 반대하고 있고, 인근 주유소 주인들은 "대구시나 사업자가 지하차도 종료 지점 전방에 다른 토지를 제공하거나 주유소 매입 및 영업권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세상인들은 "대기업의 사업 편의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지하차도 건설을 백지화하고, 사업승인 시 용적률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 한 교평 위원은 "정부에서도 법령에 없는 과다한 심의를 하지 못하도록 지자체에 지침을 내리는데도 대구시는 이를 어기고 있다"며 "조건부 교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대구시가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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