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밀려난 50대 ㄱ씨는 하루 대부분을 집에서 보낸다. 새 일자리도 없는 데다 누굴 만나기도 부담스러워 바깥 나들이를 않는다. 실직은 일자리 외에도 ㄱ씨에게서 여러 가지를 앗아갔다. 바깥일을 나가는 아내에게 신용카드를 넘겨줬다. 대학 졸업반인 딸애는 하루종일 집에 있는 아버지에게서 자동차 키를 가져갔다. 그렇다고 TV채널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왕의 신분에서 할 일 없고 빈둥대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왜소해진 남성의 권익 보호를 기치로 몇 년 전 등장한 남성 단체는 여성부처럼 남성부도 설치하라며 정부 조직법의 위헌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눈물 많은 한국 남성을 위해 '남성의 전화'도 가동한다. 청와대가 여성단체장 등을 불러 대화하자 남성의 고충도 크다며 남성 단체와의 대화를 제의하고, 부당하게 인권 침해를 당한 남성을 상담하는 인권센터도 설치하고 있다.
◇ 양성평등제는 여전히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지고 있는 남성을 역차별하고 있다며 부당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 곳곳의 여성 권익 보호 목소리는 맹렬하다. 얼마 전 여성 국회의원들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을 위해 선출직 30% 공천 현실화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아예 기초의회 지역구를 둘로 묶어 남녀 후보를 1대1로 선출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 스위스에서도 남성의 권리를 지키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안디고우를 비롯한 남성 발기인 7명이 단체를 결성, 남성이 겪고 있는 고충과 압박에 대한 범사회적 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가정'직장에서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성들이 이를 감춘 채 속으로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게 결성 이유다. 가정에서의 강력 사건은 남성 가장에 대한 전통은 여전한데도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남자들이 심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해 생긴 범죄라고 본다.
◇ 남성이라고 혜택을 받던 시대는 이미 흘러갔다. 대신 왜소해진 가장의 모습들이 자주 접해진다. 남성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건전한 균형을 잡아야 가정의 평화와 사회적 복지 증진도 이뤄진다는 남성단체들의 목소리는 새겨볼 만하다. 가장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란 삶의 무게에 찌든 중년 남성의 모습은 사회를 어둡게 한다. 왜소해진 남성들이여, 힘을 내자.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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