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순찰대원들의 '사랑의 릴레이 헌혈'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

정용인(39·달서구 송현동)씨는 만성 백혈병에 걸린 딸 희주(13)양의 부족한 혈소판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맸다.

하지만 도와줄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관공서를 찾아가 애걸해봤지만 헛걸음만 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2일 달서경찰서를 찾았다.

정씨가 만난 사람은 경무계 이상규 경사. 이 경사는 딸에 대한 애틋한 부정(父情)에 감동했고 의무경찰관들이 근무하는 방범순찰대에 연락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순찰대원 중 혈액형이 B형인 16명이 헌혈하겠다며 자원했고 이 중 15명이 적합판정을 받아 4명은 이미 혈소판을 희주양에게 나눠줬다.

나머지 11명도 희주양의 혈소판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공급 가능하도록 비상대기 중이다.

혈소판은 보관기간이 짧고 질병에 대한 감염우려가 크기 때문에 병원에서 직접 뽑아낸 뒤 수혈해야 하기 때문.

지난 24일 혈소판 헌혈을 한 박정훈(22) 일경은 "대학다닐 때 헌혈은 해봤지만 피를 뽑은 뒤 혈소판만 빼내고 다시 그 피를 몸에 넣는 특이한 헌혈은 처음"이라며 "희주양이 빨리 회복돼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혁(22)·조영창(21) 상경, 홍기용(21) 일병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간호하고 있는 병실을 찾아가 빠른 쾌유를 빌었다.

정씨 부부는 걱정이 돼 다시 찾아온 대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차례 한 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우리 딸이 기적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희주양은 대원들의 릴레이 수혈 덕분에 지난 14일 골수이식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현재 무균병실에서 회복과정에 있다.

지난해 8월 백혈병 판정이 난 이후 중학교 1학년에 다니다 휴학한 희주양은 내년부터 다시 학교에 갈 꿈을 꾸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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