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군 '제초제 섞인 보리차' 수사확대

일부 부대원 손에서 제초제 성분 발견 거짓말탐지기 동원했으나 단서 못찾아

해군은 제초제가 섞인 보리차를 마시고 조모(20) 이병이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과 관련,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30일 "제초제가 섞인 보리차가 발견된 강화도 해군 모부대의 부대원 가운데 일부 병사의 손에서 제초제 양성반응이 나와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초제 양성반응이 나온 모 일병은 수사과정에서 며칠 전 제초제를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일단 용의선상에서는 배제했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용의선상에 있는 모 일병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실시했으나 진실 반응이 나와 단서를 찾는 데 실패했다"며 "전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군은 1차 수사과정에서 제초제가 섞인 보리차가 취사장 밥솥에서 냉장고 안의 김치통과 물통, 페트병 등 4곳에 옮겨진 사실과 부대에서 보관 중이던 제초제인 '그라목손' 100㎎과 '알라유제' 60㎎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김치통과 페트병, 물통 등에 녹아있는 제초제 성분을 검사하고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또 제초제가 섞인 보리차를 마시고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조 이병이 일부 선임병들로부터 평소 욕설과 함께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사고 경위와의 연관성을 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이와 함께 이 부대가 '그라목손'과 '알라유제' 등 제초제를 병사들의 접근이 쉬운 일반 의약품 보관함에 관리해온 것으로 보고 제초제의 허술한 관리 실태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해군은 지난 28일 오전 6시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추고 있다가 언론에서 이를 인지하고 취재에 들어가자 하루가 지나서야 발표를 해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제초제는 인체 투여시 폐의 섬유화를 일으켜 처음에는 증상이 약하다가 점차 호흡곤란 등으로 2∼3주 후 사망하는 무서운 제초제로 알려져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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