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로 의약분업 시행 5년을 맞았다. 약물 오·남용 방지와 환자의 알권리를 내세운 의약분업은 의사 파업, 의사와 약사 단체간의 대립과 갈등, 국민 불편 등 수많은 장애와 역경을 겪으면서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착단계
주부 송현미(40·대구시 수성구 사월동)씨는 "의약분업 첫해에 갓 돌이 지난 아들이 있어 소아과를 자주 갔는데, 병원과 약국을 오가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이전보다 많이 들어 짜증스러웠다"며 "그러나 분업으로 인해 환자가 먹게 될 약을 의사만이 아닌 약사가 한 차례 더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불편은 참을 만하다"고 말했다.
분업 초기 대립관계를 보였던 의료기관과 약국도 협력관계로 변하고 있다. 대부분 의료기관은 인근 약국에 처방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감신 경북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약분업은 한국 의료의 틀을 바꾼 것으로 다소 문제점이 있더라도 이를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며 "약사나 의사 모두 분업의 목적에 맞게 '룰'을 잘 지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달라졌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의약분업 성과평가를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서 의약분업으로 인해 국민들은 △의약품 오남용 감소에 따른 약품비 감소 △의약품 오남용 예방에 따른 건강증진 효과 △처방내역 공개에 따른 환자의 알 권리 충족 △조제 약국이나 조제 시간 등에 대한 선택의 자유 등의 편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또 의료기관은 의약품 구매 및 관리비용 절감, 진료수입 증가 등의 효과를 거두게 됐으며, 약국은 처방전 조제수입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와 약사들의 여론은 분업 이전보다 수입이 줄었다는 쪽이다.
대구 수성구 ㄱ내과 원장은 "분업이 시작되면서 (약국으로 가던) 환자가 병원으로 몰릴 것을 기대해 '개원러시'가 이뤄졌지만 낮은 의료수가 등으로 인해 실제 분업 전보다 수입이 늘지 않았다"고 했다.
서구 ㅇ약국 약사는 "의약분업으로 수입이 증가한 약국은 문전약국 등 처방전 환자가 많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의약분업 이후 목표대로 항생제와 주사제, 스테로이드제 사용이 줄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7.84%에서 지난해 4분기 6.67%로 감소했다.
■부작용도 있다
의사가 약을 취급하지 않음에 따라 비싼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환자 입장에서 품질 좋은 약을 먹게 됐다고 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한 건강보험 비용 증가, '카피 약'을 판매하는 국내 제약사의 위축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분업 이후 재고 약품 발생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이 처방전을 자주 바꾸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다. 대구시약사회가 최근 재고 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약국당 평균 300여 만 원에 이른다는 것.
■남은 쟁점과 과제
약사회는 현재의 (약물의) 상품명 처방에서 성분명 처방으로 바꿔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회는 화학적으론 동일한 성분이라도 인체에 투입했을 경우 그 효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대훈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는 "의약분업이 정착단계에 들어갔지만 수가 문제, 청구한 진료비의 원칙 없는 삭감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며 "의약분업에 대한 문제점을 총괄적으로 검토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본호 대구시약사회장은 "현재의 의약분업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다"라며 "완전한 의약분업을 위해선 약사가 진료과정에 참여해 의사에게 약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와 관련 정부는 국회의원, 의약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평가단을 구성해 의약분업에 대한 대규모 평가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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