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골방에서 만난 천국

만화 속의 '한국사회 100년'

골방에서 만난 천국/ 박인하 지음/인물과 사상사 펴냄

만화처럼 대중에 친숙하고 일상의 삶에 밀착되어 있는 것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만화를 통해 상상의 범주를 넓히면서 삶을 발견하고 그 시대의 주인공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만화는 일상의 역사를 말해주는 가장 적절한 장르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출간된 만화 평론서들은 텍스트만을 비평해 왔을 뿐 텍스트 이면에 있는 삶과 역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골방에서 만난 천국'은 그래서 최초의 만화풍속사라고 할 수 있다.

만화풍속사란 만화라는 거울을 통해 당대의 삶을 독해해 가는 것이다. 이 책은 만화를 소비하던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소비된 만화에 등장한 그 당대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만화풍속사는 만화와 함께 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기 위한 제안이다. 기존 만화평론서의 경우 만화 그 자체만을 비평하는데 머무르고 있다면 이 책은 문화사, 사회사라는 맥락 안에서 만화작품을 통해 한 시대를 이해하는데 초첨을 맞추고 있다.

만화와 문화의 상관관계를 드러내는 이 책은 만화로 보는 당대의 삶과 사회상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반면 독자들에게는 새롭게 만화를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1909년 6월 창간돼 1910년 강제 폐간된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만화부터 2004년 4·15총선 참여를 독려한 투표부대 포스터까지 당대의 삶과 문화를 만화 또는 만화작가가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풍부한 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적 연재만화인 '멍텅구리 헛물켜기', 한국전쟁기의 딱지만화, 장르만화를 꽃피웠던 60년대의 만화작가 작품, 70년대 로봇만화와 명랑만화, 80년대의 스포츠만화, 순정만화의 변화, 지식교양만화 등등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만화자료를 통해 100년간의 한국 사회상을 밝히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가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듯이 만화에는 당대의 삶이 담겨 있다. 한 컷에 그려진 배경과 옷차림,대사에는 당대의 문화가 담겨있다. 이 책은 만화풍속사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저자가 만화 속에서 우리 시대를 발견해 내어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60, 70년대의 만화는 물론이고 최근 개인 미디어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는 새로운 형식의 만화와 만화의 미래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독자들에게 만화와 함께 한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책이다.

지은이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1995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만화평론으로 당선된 후 한겨레, 동아일보, 중앙일보, 일간스포츠 등 일간지나 만화잡지, 주간지, 문예지 등에 만화평론을 꾸준히 발표하는 한편 만화관련 기획 프로젝트와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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