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장하는 男' 그들을 엿보았다

'남자는 선이 굵고 우락부락한 근육질이어야 한다, 남자의 피부는 거칠고 까무잡잡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여긴다면 아직도 구석기 시대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왜냐 하면 요즘 젊은 남자들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내적으로 실력을 쌓는 것은 기본이고, 여자 못지 않게 외모를 가꾸는 것도 중요시한다. 화장하고 탄력 있는 몸매를 만드는 것도 당연한 자기 관리라고 말하는 요즘 젊은 남자들의 세계를 살짝 엿보았다.

# 화장도 필요해요!

경북예고 미술 강사인 문태경(29)씨. 그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는 맨 얼굴로 있지만 학교 강의를 나갈 때는 꼭 화장을 한다. 어릴 때 다친 눈 옆 흉터를 가리기 위해서다. 성형외과에서 수술할 생각도, 안경을 써볼 생각도 했지만, 결국 그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화장을 선택했다. 파운데이션으로 흉터 부위를 가리는 화장을 하면 감쪽같다. 피부관리실에서 마사지를 받고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눈썹을 그리고 화장한 얼굴로 면접시험도 본 그는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며 "얼굴 색이 까무잡잡해서 화장하는 남자들도 있다"고 했다.

대구대 휴학생인 구재홍(23)씨도 화장을 즐겨 한다. 눈썹도 살짝 그리고 얼굴이 번들거리지 않도록 파우더도 바른다. 술 마신 다음날은 피부가 거칠어질까 봐 팩도 한다. 엄마의 화장품을 빌려 쓰는 거란다.

"엄마가 아시지만 별 말씀은 안 하세요."

거울을 자주 보며 자신의 외모를 수시로 살펴보는 그는 피부 관리를 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큰 것 같다고 했다.

# 자신만의 패션감각을 즐겨요!

지난 3월부터 학교 강사로 일하기 시작한 문씨는 학생들로부터 '스타일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화실에 있을 때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대충 걸치지만,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몸에 붙는 세련된 정장 차림을 한다. 나이 든 남성처럼 셔츠를 바지 안에 집어넣지 않고 밖으로 꺼내 입는 점도 다르다. 넥타이를 '박신양 스타일'처럼 매듭은 굵게, 길이는 짧게 맨다. 구세대처럼 러닝셔츠도 입지 않는다. 소매 없는 흰색 면티를 안에 입고 셔츠를 입으면 화려한 셔츠 색이 잘 살아난단다. 때로는 셔츠의 위 단추를 조금 풀어 흰색 면티가 살짝 보이게 하면서 넥타이를 매 세련된 감각을 발휘하기도 한다.

몸매가 드러나게 옷을 입으려면 운동도 필수. 문씨는 매일 1시간씩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지만 우락부락한 근육은 사절이다. 가벼운 아령을 들며 탄력있는 몸매를 만들어 옷맵시가 살아나도록 하는데 신경 쓴다. 근육을 잘못 키워 팔뚝이 굵어지고 가슴도 튀어 나오면 옷도 잘 안 맞고 기형적으로 보여 싫단다.

구씨는 편안하고 느슨한 옷차림을 좋아한다. 군복 같은 밀리터리룩이나 구제 옷을 즐긴다. 헐렁한 옷차림은 약해 보이는 몸을 보완해줘서 좋단다. 패션감각이 남다른 구씨는 그대로 옷을 입는 법도 없다. 티셔츠의 팔 부분을 찢어 입거나 옷, 모자, 신발 끈에도 옷핀, 브로치 등 액세서리를 달아 남다른 분위기를 낸다.

# 평범한 남자도 이미지를 관리해요!

구세대 남성들이 주관 없이 유행을 따라가는 편이라면, 요즘 젊은 남성들은 유행을 참고해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 만들기를 원한다. 유명한 연예인, 정치인만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남자들이 피부·체형 관리를 하고 성형수술을 하고 패션에 신경 쓰는 것도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더 노력하며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문씨와 구씨는 사람을 만나는 장소를 고르는 것도 자신의 이미지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으슥한 곳이 아니라 밝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열린 장소. 하지만 단골집이 아니라 늘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모습에서 젊은 감각과 열린 자세가 느껴진다.

글·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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