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도 휴게소'…알고 보면 알차다

지난달 27일 오후 남해고속도로 문산휴게소(순천 방향). 휴게소 안은 조용한데 반해 휴게소 오른쪽 한쪽 분수대 옆은 아이들로 빼곡이 채워져 있다. 무슨 일일까? 아이들 틈을 헤집어 고개를 쑥 내밀고 쳐다보니 누에고치들이 꿈틀대고 있다. 알→애벌레→번데기→나방으로 이어지는 누에의 일생을 설명하기 위해 이 휴게소에 누에고치 체험장을 마련해놓은 것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신기한 듯 누에고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좀 용감(?)한 아이는 고사리손으로 누에를 살짝 만져보기도 한다. 부산에서 갯벌 체험을 하러 간다는 김인예(11)양은 "처음 보는데 무척 징그러워요"라며 우웩거린다. 그래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움직이는 누에고치들을 지켜본다. 어른들도 신기하긴 마찬가지. 남해 나들이를 왔다는 최영욱(55·울산 남구 신전동)씨는 "내가 꼬마일 때 보고 누에를 처음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옛 추억도 생각나고 무척 새롭다"며 미소를 짓는다.

같은 날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건천 휴게소. 휴게소 왼쪽 자판기 옆에서 아이들이 웅성웅성거린다. 하얀 토끼를 부여잡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저마다 토끼를 한번 잡아보려고 신경전까지 벌인다. 경주로 소풍을 떠나는 유치원생 임아윤(6)양은 "귀여워 죽겠어요. 집에 가지고 가서 키우고 싶어요"라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유치원 교사 이영미(25·대구 서구 송현동)씨는 휴게소에 토끼 농장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단다. 휴게소측은 조그만 토끼농장을 마련했는데 반응이 의외로 좋다고. 손님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분양도 가능하다고 귀띔해줬다.

고속도로 휴게소. 잠시 잠깐 자동차를 세우고 화장실에서 실례를 한다? 아니면 급하게 허기진 배를 채운다? 모두들 얼추 이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정의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몇 년 사이 휴게소는 단순히 잠깐 쉬어가는 공간에서 벗어나 나들이객들에게 여정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 에피타이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로소 우리나라 휴게소도 진정한 쉼터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조그마한 동물 농장이나 자연체험장 등.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평소 쉽게 접할 수나 있을까. 이런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는 휴게소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상당수 휴게소가 민간 위탁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일이라지만 알게 뭐람. 이용객들만 좋으면 되지~. 오다가다 만나는 휴게소, 잘 만 살피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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