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또 열풍' 폐점 속출 "아, 옛날이여"

'대박 꿈 깨지나'.

1일 오후 6시쯤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 인근의 한 복권방. 가게 밖은 직장과 학교를 마친 행인들이 붐비고 있었지만 가게 안은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로또·즉석복권·추첨식 복권·스포츠 복권 등 빼곡히 자리 잡은 10여 종의 복권 진열대가 오히려 민망스러울 정도.

주인 박모(39)씨는 "하루 평균 200만~300만 원 매출은 올려야 수지가 맞는데 올 들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원인은 로또 인기 하락에서 시작됐다"고 푸념했다.

로또 시장이 시들해지고 있다. 한국로또협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대구 지역 로또복권 한 주당 판매량은 26억 원. 로또 초창기인 지난 2002년 겨울만 해도 100억 원을 넘어서던 것이 지난해 40∼50억 원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달 들어서는 4분의 1수준으로 격감한 것. 전국적으로는 2002년 당시 1천억 원 선이던 1주 판매액이 최근엔 400억 원 대로 떨어졌다.

이 같은 인기하락은 지난 로또과열을 막는 차원에서 2003년 2월 당첨금 이월횟수를 2회로 제한하고 지난해 8월 로또복권 1장 가격이 2천 원에서 1천 원으로 떨어지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한때 400억 원을 넘나들던 1등 당첨금이 100억 원대로 덩치가 줄었고 당첨자가 많아지면서 돌아가는 몫도 줄어들게 된 것. 우후죽순 생겨난 복권방끼리의 경쟁도 문제였다. 2002년 말 354곳에서 현재는 544곳에 이르며 지난해 5~10월 동안 190곳이나 새로 문을 열었다.

달서구 감삼동의 복권방 주인 조모(48·여)씨는 "첫 개업할 때만 해도 한 달 수입이 1천만 원대에 달했는데 요즘은 한 주 수입이 40만 원 정도"라고 씁쓸해 했다.

이로 인해 폐업하는 로또 판매점도 늘어 지금까지 전체의 7%에 달하는 600여 개가 문을 닫았으며 이중 대구·경북은 30~40여 개 정도가 없어졌다.

로또협회 관계자는 "지나친 과열양상을 보인 로또가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로또복권의 당첨금이 다른 복권에 비해 여전히 높기 때문에 돌아선 구매자들 가운데 일부는 조만간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대구 수성구의 한 로또판매점 주인이 썰렁한 가게를 지키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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