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전 의혹 特檢' 앞길 험난하다

진통 끝에 '유전(油田) 의혹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는 우선 '특검 추천권'을 둘러싸고 관례대로 변협(辯協)에 넘겼으면 무난했을 텐데 최근 변협회장이 민변(民辯) 출신에서 보수 성향의 인사로 넘어가면서 열린우리당이 '변협회장 불가'를 주장하는 바람에 사단이 발생했다. 이 법안을 제출한 한나라당은 법안 자체가 무산될 것을 우려, 타협책으로 특검 추천권을 '변협회장' 대신 '대법원장'으로 바꿔 일단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사법부의 수장이 행정부의 권한까지 가지게 되면서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직면,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는 데 있다. 만약 이번 사건의 당사자들이 특검 수사 도중에 이 법안에 대한 위헌 제청을 했을 경우, 수사도 하기 전에 헌재(憲裁)의 결정이 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7월 말쯤 가동해도 오는 10월쯤에 그 결과가 나올까 말까 할 일정을 감안할 때 이미 '특검의 효능'은 거의 상실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이른바 '생물(生物)'이 아닌 '소금에 절인 고기'가 되고,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설사 이런 우여곡절 없이 진전된다 해도 특검이 규명해야 할 핵심인 '권력의 외압 의혹'을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도 솔직히 의문스럽다. 검찰 수사에서도 이광재 의원의 개입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진술은 확보했지만 이를 확인해 줄 핵심 증인인 허문석씨가 해외로 도피하고 없기 때문에 '내사 중지' 결정을 해 놓은 상태다. 게다가 최근 이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당시 김세호 철도청장이 왕영용 본부장에게 검찰 조사에서 이광재 의원의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해도 문제는 특검이 해외 도피한 허문석씨를 국내로 데려올 수 없으면 검찰 수사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가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여'야 정치권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 골몰하고 있고 그 가속도는 갈수록 붙게 마련이다. 이는 '특검 채찍질' 기능이 그만큼 약화되는 요인이다.

만약 이번 특검이 '검찰 수사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치 못한 결과를 내놓는다면 '특검 무용론'까지 제기될 수 있다. 이는 결국 '공수처'가 비집고 들어올 빌미가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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