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신라 불교 하면 경주, 유교 하면 안동을 떠올리지만 구미-선산인들은 이를 거부한다. 신라불교의 원조인 아도화상이 해평에 도리사를 창건했고, 유학의 태두인 길재 선생이 선산에서 났다는 것. 한 출향인사는 "경주, 안동이 각각 신라불교와 유교의 안방이라고 주장한다면 섭섭해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나 환경보호운동이 구미에서 시작됐다는 사실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구미-선산은 해방 이후 장관이 끊이지 않았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고 김윤환 전 의원, 박세직 전 올림픽조직위원장 등 걸출한 인물의 그늘인지도 모른다.
인물이 많다보니 고향 까마귀끼리 부딪치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을 고향 후배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시해한 사건은 구미-선산인들의 오랜 아픔이었다. 김재규씨 일가는 구미에서 사업을 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으나 그 사건 이후 모두 고향을 등지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고 한다.
한준호(韓埈皓) 한전 사장은 초교부터 고교까지 대구에서 다녀 동향인지 잘 모르는 구미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의 지인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참 멋있는 신사"라고 높게 평가했다. 한재숙 위덕대 총장과 한준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사가 한 사장의 동생이다.
정해창 전 법무장관 집안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명문가. 경북고를 1등으로 졸업한 정 전 장관이 서울법대에 들어가자 서울대 학장이 "우수한 학생을 보내줘서 고맙다"고 모교 교장에게 전화했다는 일화가 있다. 동생 정해방(丁海昉·55)씨는 요직인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으로 일한다. 이들은 김천에서 학교를 다녀 김천 사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맹렬 여성들도 많다. 이재순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여성 장군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정숙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서울대 약학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실력파다. 남편 최재원씨는 국영지앤엠 대표와 남영유리공업 대표로 재력이 막강하다.
이은수(李恩守·40) 중령은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 법원장이 됐다. 상업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이필영(61)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은행지점장이었다. 또 박영숙(50) 호주대사관 공보실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마당발이다.
이 외 황은영(49)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 박은정(33) 서울서부지검 검사, 원정숙(31)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가 법조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부 부처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사들도 많이 눈에 띈다. 남유진(南洧鎭·52) 부패방지위원회 홍보협력국장은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노태우· 김영삼 · 김대중 대통령 3명을 보좌했고 청송군수, 구미부시장을 지낸 마당발.
김재섭(金在燮·47) 정통부 우정사업본부 경영기획실장은 경북체신청장을 거친 유망주다. 김경식(54)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중소기업청의 지방청장을 두루 역임하고 벤처 회사를 창업했다.
법조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사로는 대법관을 지낸 이돈희(67) 변호사와 검찰총장을 지낸 박순용(朴舜用·61)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김홍업 사건, 송두율 교수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많이 다룬 박만(朴滿·54) 변호사는 올해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돼 성남지청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강민구(姜玟求·47)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 부장판사는 조정의 달인으로 통한다. 한때 건강이 나빠지자 매일 108배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동생 강인구씨가 대검중앙수사부 수사관이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는 박해식(朴海植·46)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된 이상경(李相庚) 의원과 매부 처남 사이.
경제계에서는 이수동(56) STG그룹 회장, 곽정소(郭正昭·50) KEC그룹 회장과 사촌인 곽영의(62) 써니전자 회장, 김석환(金石煥·48) 삼천리자전거공업 대표 등이 있다. 이수동 회장은 '미국 가서 돈 번 사람'으로 유명한데 올해 해외동포상을 수상했다.
재향군인회에서 구미-선산인의 입김이 세다. 한국수자원공사 이사장을 지낸 노무식(73) 예비역 소장이 총괄 부회장,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김종호(72)씨가 해군 부회장이다.
가수 이자연과 GOD멤버인 김태우, 탤런트 박상원, 코미디언 김종국도 이곳 출신. 김종국은 최근 구미향우회 행사에서 사회를 맡는 등 고향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