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내버스 개편안 믿어볼까?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까?"

대구시는 오는 10월 시내버스의 노선·운영·요금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지난해 시내버스 파업 당시 약속한 준공영제를 도입하는 획기적인 개혁안이다.

남은 기간은 불과 3개월 남짓. 준비 부족, 졸속 대책 등의 얘기가 나돌고 BMS(버스운행관리시스템)사업자 선정 등 몇 군데 삐걱거리는 곳도 눈에 띈다. 그러나 대구시 버스개혁기획단(이하 기획단)은 당초 일정에 맞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향후 추진일정과 진행 상황을 점검해봤다.

△버스노선 체계=오는 9월 지하철 2호선 개통과 연계돼 이뤄진다. 현행 88개 버스노선(일반버스 64개, 좌석버스 24개)은 도심 통과가 많고 중복이 많다. 지하철 1호선과 50% 이상 중복되는 노선은 22개, 지하철 2호선은 25개나 된다.

무리한 배차 간격으로 버스운행의 정시성 확보가 어렵고 왕복운행 거리가 70km를 넘는 노선이 14개(일반 5개, 좌석 9개)나 된다. 갈수록 시내버스의 수송실적이 감소해 98년부터 2004년까지 연평균 수송실적 증가률은 -4.6%에 이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노선 체계의 이원화. 간선(57개 노선, 버스 1천280대)과 지선(63개 노선, 버스 439대)으로 나뉘어 운행된다.

△운영·요금체계=공동배차제로 운영 중인 운영체계도 개별노선제로 바뀐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노선간 수입금 격차는 수입금 공동관리제로 해소할 계획이다.

공동배차제의 경우 평균 공차주행거리가 17km나 돼 업체당 하루 평균 64만 원의 경영손실을 불러오고 운전자의 노선 숙지도 저하, 피로도 증가 등의 단점이 있다.

현재 시내버스는 균일요금제, 지하철은 구간요금제로 운영 중이나 이번 개편으로 환승할인·무료제가 더해진다. 기획단은 용역결과를 토대로 버스-버스 간 환승은 무료, 버스-지하철 간 환승은 50% 할인해주기로 했다. 버스 승차후 1시간 이내, 지하철은 하차 후 30분 이내일 경우 횟수에 상관없이 적용받는다. 교통카드 이용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

기획단 김지채 개혁총괄업무담당은 "이 제도가 실시되면 버스이용 수요 증가는 물론이고 교통카드 이용 활성화에 따른 요금수입 투명성 확보도 가능해진다"며 "지난 중간보고회에서 버스-지하철 간 환승도 무료로 하자는 의견이 나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행에 문제 없나=BMS 사업자 선정을 두고 시와 조달청, 시와 업자 간에 마찰이 있고 환승할인·무료제 실시를 위해 불편한 교통카드 충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BMS는 버스운행 관리, 버스운행 위반사항, 버스운행의 정시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장비이지만 업자와의 계약을 앞두고 진통이 적지 않다.

기획단 관계자는 "정확한 버스운행기록이 있어야 수익금 배분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서비스 평가를 통해 불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업체에서 제안한 내용을 검토하면서 협상 중이며 5일쯤 계약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BMS센터는 9월 말까지 수성구 지산동 교통정보센터 4, 5층(88평)에 들어선다.

또 교통카드 충전소 확충도 시급하다. 현재 교통카드 사용률은 51% 수준이나 이번 개편으로 70%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카드가 있어야 무료환승 등 혜택이 가능하기 때문. 기획단은 8월부터 시내 대구은행 지점(147곳) 현금자동인출기 옆에 무인충전기를 설치키로 합의해 교통카드 충전의 불편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버스노선 개편에 따른 시민 반발이 가장 큰 문제다. 당장 이달 들어 잇따라 열리는 시민 공청회와 설명회에서 각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단 손덕환 노선개선업무담당은 "지하철 2호선 개통에 따른 합리적 버스노선 조정과 버스 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라는 원칙을 앞세워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했다.

10월부터 표준운송원가에 못 미치는 버스사업자에게 시가 지원금을 통해 부족분을 메워주는데 이를 시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획단 진용환 단장은 "표준원가산정에 신중을 기해 버스업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경영악화부분까지 시민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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