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경장관, 이재용君에게

이(李) 장관, 명색 한 국가의 장관을 군(君)이라 부르고 '하게, 말게'하는 말투가 무례한 것 아니냐는 독자분들의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자네와의 인연부터 터 놓기로 하겠네.

자네가 초등학생이었을 시절 직접 담임은 안 했지만 같은 학교서 잠시 교편을 잡았던 필자를 '선생님'으로 불러주며 늘 깍듯이 예를 갖춰 '말씀 낮춰 주십사'했던 이 장관이었지만 나 역시 단 한 번도 자네가 공인(公人)이란 이유로 존칭을 뺀 적이 없었으니 예를 모르는 사제 간이 아님은 자네가 더 잘 알 것이네.

그러나 오늘만큼은 제자에게 보내는 공개적인 편짓글이 되다보니 관습과 사회통념에 따라 군(君)이라 부르는 것이니 허물치 말게나. 자네의 장관 입각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음은 정치인인 자네도 귀가 있으면 들릴 것이네.

인사치레 덕담도 많았겠지만 '오기 인사, 선거용 인사'라는 비판 또한 거세다는 것도 영민한 자네가 모를 리 없으리라 믿네. 환경단체와 고향에서조차 자네의 장관 입신을 그렇고 그런 코드 인사로 여기는 여론이 만만찮은 것 또한 들어 알 것이네.

그러나 정치적 판단들이야 이렇든 저렇든 내 입장에서는 세상 사는 정리상으로도 우선 제자가 큰길에 들어선 입신을 축하해 놓고 보는 게 도리라 보네. 축하하네.

초교생 시절 가난한 수재였던 자네를 위해 당시 덕망이 높으셨던 O교장 선생님께서 교문 앞 어묵꼬치 가게 주인에게 몰래 미리 돈을 줘놓고 "재용이가 오면 먹고 싶은 대로 주라"고 했을 만큼 특별한 아이였던 얘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네. 어릴 적 추억을 꺼낸 것은 자네가 스승이 축하도 못해줄 만큼 기본도 안 된 빈 강정이나 짝퉁 장관감은 아니라는 선생으로서의 변호이기도 하네.

그래서 자네의 장관 입각 소식을 듣던 날 똑똑했던 '어묵꼬치 소년'에게 어떤 충고를 해주는 것이 진정한 축하가 될까를 생각해 봤네. 먼저 질문부터 하나 하겠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가신(家臣) 측근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싸워 주군을 권좌에 앉힌 측근 중의 측근들이었지만 집권 후 하나같이 '미카와 무사들은 시골 고향 미카와로 낙향하는 것이 곧 충성하는 길'이라며 벼슬을 마다했고 그 정신이 300여 년 도쿠가와 막부 정권을 이어간 정치적 도덕적 힘이었음은 자네가 더 잘 알 거네.

그런데 자네의 주군(노 대통령) 주변 측근들 중에는 한자리 부르면 버선발로 뛰어가 감투를 받아드는 듯한 모습들이 보이는 게 사실이네. 그래서 묻는데 자네 정도의 영민한 인물이라면 코드니 낙하산이니 시비가 분분한 정치 바람결에 날려온 장관 감투 쯤은 마다할 수 있는 용기 같은 건 없었는지-.

굳이 밝히지 않아도 좋네. 다만 대구시장 출마설이 사실이고 그런 꿈이 있다면 이번 장관 감투는 '장관 경력 없어도 좋으니 이런 인사는 받들지 않겠습니다'고 마다했어야 했네. 감지덕지 감투 받아들고 얻는 9개월 장관 경력과 '이건 아닙니다'고 벼슬을 마다한 미카와 무사 같은 기개 중 어느 것이 내년 대구시장 선거때 자네에게 더 도움이 될지도 상상해 보게나. 영민한 어묵꼬치 소년이라면 정답이 쉽게 보일 것이네. 그러나 이미 받아 써버린 감투, 한 가지 길은 있네. 자네만은 직언하는 측근이 돼주게나. 매일 상소문을 써올리겠다는 단심(丹心)으로.-역린도 두려워 않는 각료가 돼 보란 얘기네.

지금 자네의 주군에겐 무엇보다 직언이 절실해 보이네. 노심에 따라 말바꿔가며 오기 인사, 장관 구하기를 두둔하고 나서는 측근들은 닮지 말게나. 마치 날씨가 차고 더운데 따라 소리를 달리 내는 생황 악기 같은 지당 대신(大臣)이 되지 말라는 뜻일세. 이젠 님을 위한 행진곡 같은 노래도 그만 부르자고 하고 사돈'고교동창 주변 사람 챙기기도 그만하라는 직언을 서슴지 말게. 그런 용기와 충정이 진정한 개혁정권의 신하가 지녀야 할 덕목이네. 부디 자네만은 상소를 가장 많이 올리는 장관, 바른 말로 노 대통령을 매일 화나게 만드는 장관이 돼 주게나. 그 길만이 언젠가 자네를 대구시장실에서 만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리라 장담하네. 멋진 장관 되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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