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연정' 언급 배경과 전망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연정'(聯政.연립정부) 구상 언급은 당장은 여소야대 정국 타개 필요성에서 비롯됐지만, 그 파장은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논의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연정 구상이 대통령 중심제와 내각제적 요소가 뒤섞인 현행 헌법의'모순된 권력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이 연정 파트너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각각 이념과 지역을 토대로 연정을 구축할 경우 지난1991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을 배제한 '역(逆)3당합당'에버금가는 정치지형의 지각변동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최근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잇따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조기숙(趙己淑) 홍보수석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당제도는 의원내각제처럼 굉장히 강한 정당제도를 갖고 있는데 권력구조는 대통령 중심제"라며 권력구조의'모순성'을 강조했다.

연정이 제기되는 본질적 이유는 권력구조와 정당제도가 일치하지 않고 있으며이로 인해 국정운영의 어려움이 수실로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조 수석의 문제의식은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이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권력구조 문제점의 공론화를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김 실장은 "우리 정치체제 딜레마는 대통령에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책임은 지라는 것"이라며 "과거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고쳐가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국민적요구가 모순을 만들었는데 이런 문제점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식은 "연정은 현행 헌법틀내에서도 가능하며, 연정 논의는 개헌 논의와는 별개"라는 청와대 설명에도 불구하고 연정 논의가 자연스럽게 권력구조 개편논의로 연결될 것이라는 추론을 낳고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이 '연정 구상을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에게 교육부총리직을 제안하면서 이미 '연정' 구상의 단초가 행동으로 옮겨졌고, 민주당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여당의 4.30 재.

보선 참패와 정국 구도의 여소야대 전환을 계기로 '연정' 구상은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국정일기를 통한'전언' 형식으로 여소야대 구조에서의 '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88년 이래 형성된 여소야대 구조 문제를 거론하며 "연정을 이야기하면 모든 국민이 '야합'이라며 기분 나빠하고, 우리와 같은 당론투표 구조하에서는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정책설명을 하기도 어렵다"며 "이 상황을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라며 고민의 일단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뤄졌고, 최근 여소야대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부쩍 잦아졌다는점에서 과거 원칙적인 언급보다도 인화성이 훨씬 높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일단 자신의 연정 발언이 알려진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야당과 사안별 정책공조를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라며 연정구상이 곧 실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차단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연정 구상은 중장기 검토과제로 돌리고, 윤 장관 해임건의안때 민노당과 공조를 취한 것과 같은 방식의 '사안별 정책공조'에 주력하겠다고 일제히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참석한 지난달 24일 여권 수뇌부 모임에서 민주노동당,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연정의 파트너로 논의되며 '소연정' '대연정' 개념까지거론된 것으로 알려져 단순히 중장기 구상으로만 치부해 버릴 수 없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정의 대상을 특정정당으로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한나라당까지 포함되는 '대(大) 연정'도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연정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결국 실현 가능한 연정의 파트너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으로, 민노당은 '개혁연합', 민주당은 '지역 연합'의 측면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당은 일단 공식논평을 통해 연정 거부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는" 대중이 공감할 명분이 뒷받침되면 협상해볼 수 있다"(민노당 노회찬의원), "구체적제안이 와야 말할 수 있다"(민주당 이낙연원내대표)는 기류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는 항상 변화하는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특히 민노당과 민주당을 포괄하는 연정 구상은 비록 성격은 다르지만 과거 노대통령이 합류를 거부했던 3당 합당 구도와 대비되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러나 이같은 연정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우선 연정 파트너들의 입장도 문제이지만, 우리 정치문화가 국민의 정부시절 'D JP 연대'에 대한 비판 여론에서 보여지듯, 연정을 정치적 야합으로 바라보는 비판여론을 극복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만수(金晩洙) 대변인이 "다른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정치문화에서 가능성을 어렵게 보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얘기한 대목도 이런 맥락이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