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나노기술집적센터 착공

황우석 박사 덕분에 초등학생도 줄기세포라는 어려운 단어를 입에 올리게 되었다. 이처럼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만 회자되었던 단어가 일상생활 용어가 된 것으로 나노기술이 있다. 극미세(極微細)기술이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를 말한다. 10억분의 1미터 단위로 측량하고 물체를 가공하는 기술이니 그 정교함이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할 것이다. 머리카락 한 올에 5천 개의 구멍을 낸다든지 이 지구를 탁구공 크기로 줄이는 기술이라고 하면 상상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 나노기술이 왜 중요하고 무엇 때문에 21세기 첨단산업의 꽃이라고 부를까. 다름 아니라 모든 첨단산업에 가장 기본 되는 융합기술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가장 뜨고 있는 IT산업이라든지 생명공학산업분야, 심지어 기존의 각종 제조업분야에서도 나노기술과의 접합이 없으면 그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이 되었다. 자동차산업, 화장품산업, 식품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나노기술의 위용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국가나노기술발전계획을 수립하여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앞으로 나노기술산업을 국가를 이끌고 나갈 성장 동력산업으로 정하고 범정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이 분야의 많은 석학들이 포진되어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 포항시에서는 역사적인 착공식이 있었다. 여기에는 정부지원금 400억 원을 포함하여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포항시, 구미시, 울산, 부산, 경남 등 영남권의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고 포스코 등 110여 개의 기관단체의 출연금을 합하여 총 1천107억 원 규모의 대역사를 착수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 포항은 8월 착공을 앞두고 있는 지능로봇연구소와 내년 봄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착공되면 총 2천500억 원 규모의 각종 첨단과학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37년 전 포스코 건설을 통한 영일만 기적으로 오늘날 대구·경북의 발전은 물론 이 나라 발전을 이끌어 왔듯이, 이제 10년, 20년 후 이 나라의 먹고살 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 첨단과학이 단순한 연구단계를 넘어 이제는 포항을 중심으로 수많은 벤처기업이 창출되고 돈이 만들어지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나노기술집적센터의 착공이야말로 지난 5월 있었던 영일만신항 컨테이너부두의 착공과 함께 대구·경북 나아가 우리 영남권 전체가 수도권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든든한 무장을 한 셈이 되었다. 이제 대구와 경북은 시원하게 뚫린 대구-포항 고속도로처럼 하나가 되어 첨단과학으로 서로 힘을 합하여 이 지역 특유의 기(氣)를 내뿜으면서 다시 한번 옛 영광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장식 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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