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서신문/독후 감상문-소시민들의 삶

▨ 줄거리

원미동에는 슈퍼가 두 개 있다. 경호네가 하는 슈퍼와 김 반장이 하는 형제슈퍼가 그것이다. 경호네는 돈을 좀 벌자 가게를 넓혀 김포 슈퍼로 확장 개업을 했고 여태까지는 팔지 않았던 채소와 과일, 부식 등을 팔게 되자 사람들은 그곳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자 김 반장의 가게도 연탄과 쌀을 팔겠다고 주민들에게 선전을 하고 같은 품목을 팔게 된 두 가게는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게 된다. 주민들은 두 가게가 서로 이웃이라 어디로 물건을 사러 가야 할 지 난감해 하다가 두 가게가 가격 경쟁을 벌여 서로 더 싸게 팔려고 야단이자 더 싼 가게로 몰려가는 이해타산적인 모습을 보인다.

며칠 후, 싱싱 청과물이라는 새로운 가게가 또 개업을 하자 경호네와 김 반장은 싱싱 청과물을 없애려고 동맹을 맺고 결국 싱싱 청과물은 며칠 가지 않아 문을 닫게 된다. 그리고 싱싱 청과물 가게 자리에 새로 전파상이 들어온다는 말에 전파상을 하고 있는 시내 엄마는 불안한 빛을 띠고 주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로 궁금해하며 끝을 맺게 된다.

등장인물

▶경호네 - 억척스럽고 성실하며 성격이 원만하고 예의 바름. 약삭빠르고 이기적인 면모도 보임

▶김 반장 - 생활력이 강하고 자신의 이익에 악착같으며 인정이 없음

▶시내 엄마 - 인정이 많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격의 소유자지만, 자신에게 불리해지면 태도가 급변함

▶고흥댁 - 이해타산적이고 경박하며 노골적인 성격임

◇ 열심히 노력해서 4년 만에 가게를 확장한 김포슈퍼의 경호네 내외, 많은 식구들을 건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반장, 눈치없고 이기적인 고흥댁, 마음씨 착한 시내네. 이런 인물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원미동. 그리고 원미동 사람들.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 나는 마치 우리 동네의 이야기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해서 가게를 확장한 경호네는 자기 가게의 확장이 이웃인 형제슈퍼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또 동네사람들도 경호네의 성공에만 정신이 팔려 그 동안 애용했던 형제슈퍼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에 혹은, 당장 몇 푼의 이익을 위해 이웃간에 뒤통수가 따가운 행동들을 서슴지 않기도 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러한 모습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가 한다.

경호네의 가게 확장으로 김포슈퍼는 형제슈퍼와 같은 물품을 취급하게 되고, 또 형제슈퍼도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쌀과 연탄을 들여놓게 되어 결국 두 슈퍼는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게 되고 둘 사이의 갈등은 점차 고조된다.

이를 지켜보는 동네 사람들은 두 가게에 대한 여러 걱정도 잠시,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이 가게 저 가게로 옮겨 다니며 잔돈 몇 푼의 이익에만 열을 올린다. 힘을 모아 함께 잘 살아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작은 이익에만 몰두하는 이기적인 모습에서 과연 이웃간의 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적 이익과 관련이 되었을 때 얼마나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원미동의 분위기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 개업한 '싱싱 청과물'을 보니 한편으론 안쓰러우면서도 스스로 화를 불러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팽팽한 긴장상태에 있던 두 가게를, 과일 외에도 부식을 팔게 되면서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고 싱싱청과물을 두둔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적으로 보아 그렇다는 것이고, 장사를 시작하면서 과일 이외에도 '부식일절', '완도김 대량 입하'라는 쪽지를 붙이고 나선 모습에서 조금은 불순한 의도로 출발한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어쨌든 '싱싱 청과물'의 도전 아닌 도전으로 인해 '김포슈퍼'와 '형제슈퍼'는 동맹을 맺기에 이르고 이는 더 큰 원미동의 갈등으로 이어져 결국 '싱싱청과물'이 원미동에서 떠나게 된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이기적인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상대를 쓰러뜨려야만이 자신이 살 수 있는 경쟁적인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야만적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형제슈퍼'와 '김포슈퍼'의 적과의 동침도 오래 가지 못하리라는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싱싱청과물이 가게를 비운 후 갈등은 마무리 되었고 시간이 흘러 원미동에 써니전자와 같은 업종인 전파상이 들어오게 되고 새로운 갈등을 예고한다. 하지만 나는 왠지 이번에는 경쟁을 하지 않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난하지만 서로 부대끼며 사람냄새를 풍기며 살아가는 모습, 약간은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나쁘지 않은 사람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를 통해 작가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가며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동네를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김민재(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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