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름방학 예절캠프 가이드

집에서 귀하게만 키우다 보니 버릇이 없어진 아이들. 그래도 부모들은 어찌할 줄 모른 채 그냥 받아주는 게 대부분이다. 땅바닥을 뒹굴며 울고 보채고, 밥상에서마저 제멋대로 구는 아이를 보면 가끔씩 화도 치밀지만 뒤늦게 회초리를 들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부모들은 고민스럽다. 보충학습이나 선행학습도 좋지만 이번 여름방학에는 자녀에게 '어려움'이 무엇이고 '예절'이 무엇인지 깨우치는 기회를 갖도록 해 보면 어떨까.

▲ 예절은 사회성의 기본

김종휘(38·대구 만촌동)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 여름방학에도 아이를 예절캠프에 보낼 생각이다. 지난해 청학동 캠프에 다녀온 뒤 아이의 고집이 조금씩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확 달라졌다고 하긴 힘들지만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굴지는 않는다"며 "알아듣게 꾸짖으면 더 이상 떼쓰지 않고 인사성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강주연(35·대구 복현동)씨도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을 예절캠프에 보내는 것을 고려중이다. 강씨는 "아이가 너무 자기 고집만 피우는 습관이 들다 보니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곧잘 싸우게 되더라"며 "더 크기 전에 버릇을 바로잡아주는 계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예절교육 전문가들은 예절을 가르쳐 바른 인성을 심어주는 것은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가장 값진 가르침이라고 강조한다. 예절은 남들에게 호감을 주는 행동 양식을 가르쳐 사회성을 키워주고, 자신감까지 길러주는 자기관리법이라는 것.

윤선진 한국예절문화원 대구지부장은 "예절은 장소와 상황에 적절하게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며, 기본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 자세"라며 "구시대 관습이며 번거롭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예절캠프 보낼 때는

일단 예절캠프를 보내기로 결심을 했다면 자녀의 동의를 먼저 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절·효·전통'이라고 하면 지겹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요즘 아이들을 억지로 캠프에 밀어넣어선 역효과를 내기 쉽다. 왜 예절캠프가 필요한지에 대해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눠 즐거운 캠프가 될 수 있도록 해주자.

또 한 번의 캠프로 아이에게 완벽한 예절을 기대하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며칠간의 캠프를 통해 아이의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지난해 초등학교 6학년 딸을 예절캠프에 보냈던 노승희(38·대구 수성1가)씨는 "딸아이가 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기억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효과를 느낀다"며 "새로운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인내를 경험하게 한다는 정도에서 만족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의 변화를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예절 캠프를 통해 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평소와 다름없이 대하는 부모 아래에서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예절캠프에서 배운 것들이 가정에서도 지속될 수 있도록 보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 대구·경북 예절캠프

'예절캠프' 하면 흔히 청학동을 떠올리지만 청학동 외에도 서당체험의 형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템플스테이 형식으로 산사에서 지내며 불교의 가르침과 함께 예법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있다.

계명대 한학촌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서당체험 프로그램을 개설한다. 7월 25~29일, 8월 8~12일, 15~19일 3차례에 걸쳐 4박 5일 동안 진행된다. 캠퍼스 내 한학촌에서 합숙하며 전통예절과 기초 한자, 민속놀이 등을 배운다. 천연비누 만들기와 천연염색 등 체험학습도 함께 할 수 있다. 053)580-6984.

영남대박물관도 '서당체험교실'을 연다. 오는 27일부터 8월 5일까지 2박 3일간씩 열리는 서당체험교실에는 초등 4~6학년생 120명을 모집한다. 천자문, 사자소학, 명심보감 등을 익히고 전통예절을 배우며,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통해 효도의 의미를 되새긴다. 참가 신청은 8일까지 받으며 참가비는 6만5천 원이다. 053)810-1710.

안동예절학교에서도 하계예절서당을 연다. 8월 1~4일, 8~11일 두 차례 진행되며 초·중학생 10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23일까지 접수하면 되고, 참가비는 12만9천 원이다. 054)841-0511.

경주 골굴사·기림사, 문경 대승사, 안동 봉정사, 김천 직지사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템플스테이는 가족이 함께 참가할 수 있어 더욱 좋다. www.templestay.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 지난해 영남대박물관의 '여름서당체험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올바르게 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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