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편지-'긍정'의 힘을 믿자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장중한 음악과 함께 듣던 대한뉴스에 비하면 요즘 정부의 정책 광고는 대단히 세련됐다. 특히 최근의 정부 광고 가운데 '긍정의 힘을 믿습니다'라는 한 마디는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네가 맞다, 잘 한다, 좋은 일이다 같은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런 정부 광고와 거꾸로 가는 교육부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중에서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3불 정책'은 압권이다. 물론 기여입학제나 고교등급제, 본고사가 국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열이라면 세계에서 둘째 가기 서러워하는 우리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까지 앞다퉈 3불 정책 유지니, 법제화니 떠들어댄다. 대통령까지 3불 정책 위반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끝도 없이 부정만 하고, 금지만 해서는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본고사만 봐도 그렇다. 2008학년도 새 대학입시와 관련해 대학들이 내놓는 대학별 고사가 본고사의 이름만 바꾼 형태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입시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건 안 돼!"라고 고함만 질러서는 곤란하다. 우수한 인재 선발에 존립을 걸고 있는 대학들의 입장을 막무가내로 몰아붙여서는 해결책이 없다. 공교육의 안정만 강조한다고 순순히 받아들일 대학은 없다.

수능을 등급화해 자격요건 정도의 수준으로 격하시켜놓고는, 정작 입시의 관건이 되는 고교의 내신 성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무책임함에 대한 성찰이 먼저 필요하다. 기왕에 정책을 주도하고 통제하는 데 주력하겠다면 대학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선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뒤에 '긍정의 힘'에 기대는 것이 바른 길이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대학에 제재를 가하는 데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제대로 가는 대학을 집중적으로 도와주고 지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도 한층 바람직한 방법이다.

다행히 이달 중에 교육부가 대학별 고사의 모범 답안 혹은 예시 답안으로 불릴 만한 구체적인 형태를 제시한다고 한다. 본고사의 형태를 띠지 않고 대학들이 원하는 인재를 어떻게 선발할 수 있도록 할 지 궁금하다. 정말 모범 답안이 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대학이든, 학부모든 교육당국이 무턱대고 싸워 이기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부정의 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합리적이지 못한 방안을 던져주고 마구잡이로 따르게 한다고 곱게 이끌려올 대학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구구단으로 대학입시를 한다고 해도 학부모들은 빨리 외기, 잘 외기, 틀리지 않게 외기 등의 과외를 찾을 것이다.

이천 년 전의 손자가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다'라고 한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교육당국이야 대학이든 학부모든 이기고 싶겠지만 결코 싸워야 할 대상은 아니다. 이기는 비결은 금지와 부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길을 보여주고 따르도록 하는 긍정의 힘에 있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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