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聯政 발언'은 목수 연장 나무라는 이치

"연정(聯政)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노무현 대통령의 느닷없는 발언이 정치권을 들쑤셨다. 야당은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 누구한테 책임 전가하려는 것이냐고 맞받았다. 지금 시중의 화제는 온통 부동산과 군대 얘기, 골프 총리 얘기에 굴뚝산업이고 첨단산업이고 중국에 다 뺏겨간다는 걱정과 불만인데 뜬금없이 대통령이 정치판 뒤집는 얘길 꺼냈으니 주제가 틀려도 단단히 틀린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에서 법안 통과가 어려운 상황을 '비상 사태'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 비상 사태를 제도의 탓, 수(數) 부족의 탓으로 포장하고 현 정치판의 틀을 바꾸는 방식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라면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 목수가 연장을 나무라는 것이야말로 논리의 비약이다.

과반에서 겨우 4석 모자라는 여소야대지만 다수당은 엄연히 열린우리당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4'30 재'보선에서 왜 완패했나. 총기 난사는 왜 터졌나, 제도 때문인가. 부동산 파동은 왜 생겼나. 투기꾼 때문인가, 정책 미스 때문인가. 행정수도 '위헌'은 야당 때문인가. 충청도가 등 돌린 것은 또 누구 탓인가. 검'경 마찰, 비정규직을 둘러싼 해답 없는 노사정 갈등은 여소야대 때문인가, 여권 내부의 견해 충돌 때문인가.

국정 운용 능력의 문제, 자세의 문제를 구조적 문제로 포장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세상이 시끄럽자 청와대 측의 해명인 즉 그냥 한 번 해봤다는 투인데,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개헌론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치고 빠지기식으로 끄집어낼 사안이 아니다. 국방장관 하나 살리자고 자존심까지 꺾은 게 정치라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큰 공부한 셈이다. 그렇게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할 일이지 국민이 만들어준 정치 구도를 함부로 뒤집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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