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두발 단속

남학생은 중학교에 진학하면 머리를 빡빡 깎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까까머리 여부로 구별했다. 여학생도 달랑 올라간 단발머리여야 했다. 까까머리 단발머리는 고교 시절까지 이어져 2-3㎝를 넘는 머리칼은 당연히 단속 대상이었고, 바리깡을 든 학생 지도 교사와 선도반 상급생들은 사정없이 밀어댔다. 그렇게 까까머리 6년을 보낸 중년층은 대학을 가거나 사회로 나서며 당시 장발 붐에 자연스레 합류했었다.

◇ 1㎝라도 더 기르려는 학생과 바리깡을 든 선생님의 숨바꼭질은 세대가 바뀌어도 여전한 모양이다. 두발과 관련한 학생과 부모'교사의 갈등이 이어진다. 중고생 자녀가 있는 집의 아침 큰소리는 대부분 '일어나라'는 말과 '머리 그만 만져라'라는 말이라고 한다. 짧은 머리를 가지고서라도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가졌던 부모들도 자녀들의 단정한 모습이 좋은가 보다.

◇ 국가인권위가 4일 두발 제한과 관련 3명의 학생이 제기한 진정에대해 "두발 단속은 표현의 자유와 자기 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학교장에게는 "강제 이발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과 두발 관련 생활 규정 개정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 인권위는 또 학생 두발 문제는 중'고교 일반의 문제라며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감에게도 같은 정책 권고를 내리고 "최소 범위 내에서만 두발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명분으로는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교육 여건을 감안해 두발 제한 자체를 철폐토록 권고하지는 않았다. 두발 자유가 학생의 기본권이듯 학교도 학생들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권리를 헌법에 의해 보장받고 있기에 일정 부분 권리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 인권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학생은 무조건 학교 규율을 따라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를 깨고 두발 자유가 원칙적으로 기본권이라는 것을 선언한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두발 자유가 학생들의 일탈과 교육 환경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여긴다. 머리에 대한 집착은 부모'교사 모두 유경험자여서 단정한 모습을 원한다. 아직 머리에 신경쓰고 살아야 할 세월이 너무 많이 남아 있는 학생들이 굳이 기본권 침해로 봐야만 할까.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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