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 길을 묻는다-최영준 달구벌고 교장

텁수룩한 수염에 생활한복을 걸친 자유로운 이. 하지만 침착한 서울 말씨에 핵심을 자근자근 되짚어가며 설명하는 모양이 천상 교사였다. 지난 1월부터 팔공산에 있는 달구벌고등학교의 교장을 맡아 대구에서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최영준(43) 교장.

그의 우리나라 대안학교의 내실을 다진 사람이다. 유명한 대안학교인 경남 산청의 간디학교와 경기도 분당의 이우학교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그의 머리에서 착안된 것이다. 그런 그가 편안한 서울의 교사 자리를 마다하고 굳이 지방의 터전도 닦이지 않은 대안학교를 선택해 아이들과 구르고 뒹굴었다. 그러면서 단지 자유롭기만 한 학교가 아니라 인생을 배울 수 있는 학교로 탈바꿈시켰다.

학생들과 만날 때, 꿈을 찾아 반짝반짝 빛나는 학생들의 눈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단지 월급쟁이 교사로 전락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에게 대학입시로 귀결되는 공부가 아닌 조금 다른 시각에서의 '공부와 교육'을 위한 대안학교에 대해 물었다.

-대안학교는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은데.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한해 6만 명의 학생이 자퇴·유학 등 다양한 사유로 학교를 그만둔다고 한다. 한 학교의 정원을 1천 명씩만 잡아도 1년에 60개의 학교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소수라면 개인의 부적응 문제겠지만 이렇게 많은 학생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학교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학 가는 학교'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수많은 색깔을 가진 아이들에게 단 하나만의 학교 형식에 맞추기만을 요구한다는 자체가 문제 아닌가?

-대안학교는 어떤 형태의 학교인가.

▲대안이 단 하나의 정답만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대안학교는 아이들을 좀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적 모색이다. 그 속에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소위 문제아를 위한 학교도 있을 것이고, 자연과의 공생을 중시하는 생태학교형 대안학교, 아이들의 보다 자유로운 선택권을 존중해주는 자유학교형 대안학교, 종교의 고유한 이념을 추구하는 학교의 형태도 있다. 학교마다 색깔도 다 다르고, 한 학교 안에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곳도 많다.

-어떤 학생들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

▲정서적인 이유, 입시위주의 교육, 교우관계 등 어떤 사유로라도 현재의 학교 시스템을 참아낼 수 없는 아이들이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참고 버티라'고 강요하기보다는 또 다른 선택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안학교에 입학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학생은 일단 세상에서 보편적으로 이야기하는 지위와 소유에 대한 욕심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대안학교가 일반 학교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라면.

▲일반적으로 학생들에게는 '대학진학'이 지상과제이며 대학 서열에 따라 성적에 맞춰 진학을 하게 된다. 물론 대안학교의 학생들도 거의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하지만 대안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인 '꿈'을 먼저 찾는 방식을 강조한다. 이 꿈은 살아가면서 수정되고 바뀔 수 있는 것이지만 대안학교에서는 인생에서 살아가는 '가치'를 낚시질하는 방법으로 꿈을 찾도록 먼저 가르친 뒤 수단으로 대학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뭐든지 먼저 움켜쥐고 나중에 내게 적합한가를 따지는 현재의 교육 방식은 사회적 낭비가 너무 크지 않은가?

-대안학교의 학력인증은 어떻게 되나.

▲교육부에서 설립 인가를 받은 24개 학교는 일반 학교와 똑같이 학력인증이 되며 전학할 수 있지만 비인가시설에서는 학력인증을 받지 못하므로 졸업 후 검정고시를 거쳐야 한다. 반면 인가 시설이 국민 공통기본교육과정을 준수하고 일반 학교와 똑같은 성적 처리를 해야 해 '대안학교'로서의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폭이 상당히 좁은데 비해, 비인가 시설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운 교육 과정을 구성한다는 장점이 있다. 군위의 간디 자유학교나 서울의 하자센터 등이 좋은 예이다. 하지만 내년 3월까지 대안학교법 시행령이 만들어지게 되면 비인가 시설의 상당수가 인가 시설로 흡수돼 교육부 학력인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안학교를 고려하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다.

-대안학교의 전형일정과 방법은.

▲일반적으로 대안학교는 일반계 고교 입시전형이 있기 전 10월에서 11월 초순경까지 전형이 이뤄진다. 따라서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 초부터는 부지런히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모집 정보를 챙겨야 한다. 이때 학부모는 자녀의 능력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고, 학생은 자신의 목적을 분명히 한 뒤 이에 맞는 색깔의 학교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학교마다 정체성이 모두 제각각이라 학교 선택에 실패할 경우 대안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경우도 상당수다. 해당 학교에 재학중인 선·후배 등에게 조언을 듣는 것이 가장 좋겠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최영준 교장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1987년 서울의 공립고 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그러던 중 전교조 사태와 교실 붕괴 등에 회의를 느껴 농사를 짓고 막노동판을 전전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뛰어든 것은 2000년부터. 간디학교 과학 교사에서 시작해 지금은 대안학교 설립과 교사 양성 전문가가 됐다. 현재 달구벌고 교장이면서 분당 이우교육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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