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보증수표라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환상적 결합으로도 역부족(?).'
여름 성수기를 맞은 할리우드가 흥행 수익 및 관객수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들어 내로라 하는 블록버스터들을 줄기차게 내걸었지만 2004년에 비해 19주 연속 흥행기록 감소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 이 같은 슬럼프 기록은 애널리스트들이 구체적인 박스오피스 수치 기록을 시작한 1985년 17주 연속 슬럼프 이래 최장 기록이다.
2004년 미국 영화 흥행 수익은 94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관람료 인상을 고려할 경우 사실상의 관객 수는 2년째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할리우드의 분석. 6월말 현재 흥행 수익은 4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가 줄었고, 관객 수는 6억5천400만 명으로 9.2%나 줄었다. '스타워즈' 등 대작이 개봉된 5월 이후의 수익은 더욱 초라하다. 5월 이후 수익은 15억 달러로 전년 대비 9.2%가 줄었고, 관객수도 2억3천300만 명으로 12%나 줄어 '블록버스터', '영화성수기'라는 기대를 무색게 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지난 5월 개봉된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나 최근 개봉한 '배트맨 비긴즈' 등 대작 개봉 때마다 이 같은 내리막세가 극적으로 반전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스타워즈'나 '배트맨 비긴즈' 등이 반짝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막상 하락세를 반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할리우드는 올 여름 최대 화제작으로 꼽힌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의 합작품 '우주전쟁'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우주전쟁은 개봉초 5일간 북미대륙에서 1억17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쳐 지난해 같은 시기 개봉된 '스파이더 맨 2'의 개봉 5일간 수익 1억5천200만 달러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할리우드는 이를 두고 원인분석에 바쁘다.
먼저, 영화 수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할리우드는 올해도 예년 정도의 대작을 극장가에 내걸었다. 따라서 대작 수가 적어 수익이 내리막 곡선을 긋고 있다는 가설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오히려 올해 개봉된 대작들이 지난해 톱 랭킹에 올랐던 영화만큼 흥행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의 최대 히트작은 단연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이지만 지난해 최대 흥행작이었던 '슈렉 2' 의 흥행수익을 넘지 못했다. '마다가스카'도 전년도 흥행작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들'편을 따라잡지 못했고, '우주전쟁'도 지난해 '스파이더 맨 2'의 흥행기록을 깨지 못할 것이란 예상.
게다가 지난해 영화팬들을 열광시키며 2004년도 미국내 극장 흥행 수익의 5%에 이르는 합계 5억 달러의 흥행 기록을 세웠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나 '화씨 911' 같은 영화를 올해는 찾을 수 없었던 것도 이유로 꼽힌다.
예상치도 못했던 흥행수익을 올렸던 독립영화 히트작도 없었던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떠올라 박스 오피스 집계에 1억 달러 이상을 기여했던 '나폴레온 다이나마이트'나 '오픈 워터', '가든 스테이트' 같은 영화들이 올해는 없었다.
박스오피스 모조의 회장 브랜드 그레이는 "아직 특정 시기에 한정된 것인지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가장 분명한 답은 영화들이 지난해와 같은 흥분도를 지니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스타워즈3가 개봉 첫 주 거의 모든 기록을 깬 데서 알 수 있듯 극장을 찾는 관중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제대로만 만들면 팬들은 온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올해의 영화들이 "팬들을 열광시킬 그런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고 풀이하고 있다.
아직 할리우드 일각에서는 이제 곧 나은 영화들이 나오면 수익은 다시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실제로는 홈씨어터와 DVD의 보급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영화산업이 영원히 시들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배포 책임자 니키 로코는 "처음에 나는 영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고 말한다.
또 다른 올해 실패작인 '킹덤 오브 더 헤븐'이나 '하우스 오브 왁스' 등도 비록 비평가들로부터의 혹평이 섞여 있었지만 과거를 보면 비평가로부터 혹평을 받고도 많은 수익을 안겨줬던 영화들이 많았다.
특히 '킹덤 오브 더 헤븐'의 경우 러셀 크로우의 빅히트작 '글래디에이터'의 인기를 되풀이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쥔데다 5월초 개봉이라는 공통점, 불가능에 도전하는 영웅의 이야기 등 기본 배경이 같았기 때문. 하지만 '킹덤 오브 더 헤븐'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실망 그 자체였다.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지 폴 더가라비디언 회장은 "관객들을 만족시켜 극장에서 내보내는 것만큼 훌륭한 마케팅은 없다. 보다 많은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 영화에 대한 만족을 널리 퍼뜨리는 것"이라며 '영화의 질'을 겨냥하고 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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