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바퀴族' 는다

지난 4월부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출퇴근하는 조조한(31)씨는 최근 몸이 부쩍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오전 7시40분쯤 북구 복현동 집에서 출발해 침산동에 있는 직장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0분 남짓. 자동차로 출근할 때나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은 비슷하다.

자전거 출퇴근이 가져온 효과는 당장 가계부에서 나타났다. 종전엔 한 달 10만~15만 원씩 들던 휘발유 값이 5만 원으로 줄었다. 헬스비 7만 원도 아낄 수 있게 됐다. 조씨는 "페달을 밟기 시작한 뒤 3kg이나 빠졌다"며 "고유가 시대에 기름값도 아끼고 건강도 보살필 수 있는데다가 기분까지 늘 상쾌해 일석삼조"라고 했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돈 아끼는 것만이 아니다. 야근이며 술자리며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는 샐러리맨에게 '딱'이다. 음주운전이며 대리운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서부정류장에서 대구공고네거리까지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김상훈(34)씨는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해졌고, 기름값과 주차비 등 월 30만 원가량을 아낀다"고 했다.

현재 대구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어림잡아 1만여 명. 자전거운동연합 김종석 대구본부장은 "정확한 통계를 잡기는 어렵지만 자전거 생활자가 최근 몇 년 새 3, 4배가량 늘어났다"며 "5년 전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할 당시 거리에서 만나는 자전거가 10명도 안됐지만 요즘은 30∼4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나 직장 단위의 자전거 동호회 모임도 활발하다. 대구지역 한 대형소매점에서 올 상반기 팔려나간 자전거는 5천700만 원어치로 작년 하반기 판매액 4천200만 원보다 1천500만 원이 늘었다. 인터넷쇼핑몰 옥션의 지난 4, 5월 자전거 판매량은 8만6천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나 늘었다.

또 지난해 8월 대구시가 버스·지하철·택시 등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을 조사한 결과, 자전거 이용자가 전체의 2.8%로 지하철(3.4%)에 비해 0.6%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아직 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대구 시내 자전거도로는 모두 169개 노선에 총길이 239km이지만 이 중 전용도로는 4개 노선 21.4km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간판들이 들어선 인도 겸용인데다 이웃 자전거도로와 연계성도 좋지 않다.

김종석 본부장은 "자전거 출퇴근의 경우 거리로는 10km 정도, 시간으로는 20분 정도가 적당하다"며 "자전거 전용도로나 자전거 주차장이 제대로 만들어지면 이용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 6일 오전 대구 중구청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구청 마당에 들어서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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