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와서 아들 낳고 복덩이 며느리 됐지요"

5명 자녀 도내 최다출산 필리핀 출신 루시타씨

"좀 바쁘긴 하지만 괜찮아요. 집에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아요. 자녀를 한 두명 만 가진 한국 가정에서는 아무래도 심심할 것 같아요. 저희 집은 동네 아이들 놀이터입니다. 저희 집엘 오면 언제든지 함께 놀아 줄 꼬마 친구들이 있다 보니 항상 시끌법적 합니다."

영덕군 강구면 삼사리에 사는 루시타 칼리나완(41·영덕군 강구면 삼사리)씨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이 더 낳기 운동이 벌어질 만큼 지금 우리 사회의 저출산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 것과 달리 루시타씨 집은 넘치는 아이들로 늘 왁자지껄하다. 필리핀 출신으로 8년 전 영덕 어민 박기송(45)씨를 만나 결혼, 물 건너 온 그는 경북도내 외국인 주부 가운데 최다 출산 기록 보유자다. 그는 박씨와의 사이에 무려 다섯 자녀를 뒀다.

"한국에 오니 시부모님과 신랑이 아들을 그렇게 원하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요. 첫 딸(8)에 이어 둘째(7), 셋째(6), 넷째(5)까지 죄다 딸만 생기더군요. 마지막에는 오기가 생겨 아이를 가졌는데 아들(3)이더군요."

루시타씨는 어부인 남편의 직업상 꼭두새벽이면 일어난다. 다음부터는 잠자리에 들때까지 하루가 전쟁이다. 그는 시부모와 시동생도 모시고 산다. 9명의 대식구가 벗어내는 빨랫감만도 상상 이상이다. 그러니 눈코 뜰 새가 없다.

루시타씨의 집은 방이 3개다. 시부모님과 시동생이 한개씩 쓰고 나면 하나 밖에 안남아 다섯 자녀와 남편 등 7명이 세평 남짓한 방에서 함께 잔다. 가족이 서로 엉켜 자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는 그녀는 새벽에 일어나 나란히 누운 아이들 모습을 보면 그 자체가 물 건너와 성공했다는 증거로 느껴져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흐뭇해 했다.

낙천적 성격인 루시타씨는 "늘 바쁘게 사는 한국 사람들이 좋다"면서 "이제는 남편 바가지 긁는 것도 수준에 올라섰다"면서 활짝 웃었다. "아이들 많아서 겪는 불편요. 아 글쎄…, 교육비가 좀 걱정되고, 외출할 때 승용차에 식구들 한 차에 다 못 탄다는 것 외엔 없다"라는 그녀는 요즘 그 바쁜 틈 속에서도 영어 과외를 해 반찬 값으로 보태고 있는 억척파.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된장찌개와 김치는 아무리 노력해도 시어머님 손맛을 내지 못해 약간은 속상하다"며 속내를 털어 놨다. 아직 한국말이 어눌한 루시타씨는 더 한국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모두들 잠든 뒤 혼자서 책장을 넘겨 가며 다른 집의 아이들 교육방법과 풍습 등 한국을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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