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식으로 전혀 '조합'이 전혀 안 되는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어딘가 낯선 한복을 입은 무희들이 현란한 춤사위를 선보이는 가운데 금발 머리와 벽안의 남녀들이 잔을 높이 치켜들고 '고리카'(키스해라)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를 연호하고 있었다.
연회가 벌어지는 장소도 원뿔형인 첨탑을 가진 전형적인 이슬람 사원으로, 사전 지식 없이는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도무지 감을 잡기 힘들 것 같았다.
이곳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압둘카심 사원에서 진행 중인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감독 황병국, 제작 튜브픽쳐스)의 해외 로케 현장.
'나의 결혼원정기'는 농촌 노총각인 만택(정재영)과 희철(류준상)이 대를 잇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즈베키스탄으로 신붓감을 찾으러 가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그리는 휴먼 드라마로, 이날 이들의 선배 원정대원인 상진이 고려인 신부 레나와 결혼식을 갖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된 곳답게 우리와 한 핏줄인 고려인들을 비롯해 우즈벡인, 아랍인, 러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이 촬영장을 메우고 있었다.
이 때문에 촬영이 진행되려면 감독이 지시를 내리고, 통역사가 이를 받아 우즈벡 현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다시 우즈벡 현지 관계자가 다양한 인종의 엑스트라들을 통제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나의 결혼원정기'로 데뷔를 하는 신예 황병국 감독은 이런 악조건에도 아랑곳없이 동선 하나만 맞지 않아도 'NG'를 연발하면서 자신의 원하는 그림을 뽑아 내기 위해 스태프와 엑스트라들을 끊임없이 독려했다.엑스트라들 속에 섞여 있는 정재영과 류준상은 혼자 보고 있기 아까울(?) 만큼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절로 웃음을 자아냈다.
순박한 농촌 총각답게 거무튀튀한 안색에 구하기도 힘들었을 것 같은 촌스런 양복을 나란히 걸쳤고, 출렁이는 뱃살 부위에는 투박한 복대 가방을 둘러 '촌티 패션'의 극치를 보여줬다. 특히 경북 예천의 한 미용실에서 2만원 주고 했다는 류준상의 아줌마 파마 머리는 본인은 괴로워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로 웃음을 안기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튜브픽처스 황우현 대표는 "살인적인 날씨와 현지 스태프와의 의사소통 문제 등 악조건이 많지만, 배우와 스태프들이 워낙 열심히 해줘 예정대로 현지 로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색다른 분위기로 눈물과 웃음, 감동을 모두 전할 수 있는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70% 정도의 촬영 분량을 소화하는 '나의 결혼원정기'는 현재 50% 정도 작업이 진행됐으며, 오는 11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주연배우인 정재영과 류준상은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살인적인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심할 때는 무려 50도까지 육박하는 수은주 온도 속에서 역할 설정 상 긴 팔 양복과 와이셔츠를 걸친 채 촬영을 하다 보니 탈진은 물론 머리가 핑 도는 현기증 때문에 실신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더구나 정재영은 극중 내용상 입에 단내가 나도록 달리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포함돼 있어 배로 고생을 해야 했다. 뙤약볕 때문에 얼굴색은 저절로 거무튀튀해져 농촌 총각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일부러 분장할 필요가 없어졌고, 현지 음식도 독특한 향내가 나는 바람에 한동안 입에 대지 못하며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새 우즈베키스탄의 여유로움과 인정 넘치는 분위기에 흠뻑 매료돼 고통보다 보람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순박한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웃는 얼굴에 진심 어린 모습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를 건네고, 아무 대가 없이 우리를 챙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날씨는 비록 덥지만, 이제 촬영이 한달 밖에 안 남아 조만간 이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스포츠조선 탸슈켄트(우즈베키스탄)=신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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