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런던 올림픽 유치 '숨가빴던 역전 드라마'

'마치 현역시절 세바스찬 코(48)의 역전 레이스를 지켜보는 듯한 한편의 드라마였다.'

6일 오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17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미국 뉴욕, 러시아 모스크바 등 5개 도시가 경합한 가운데 실시된 201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투표는 출사표를 던진 도시들의 무게 만큼이나 피말리는 레이스로 전개됐다.

특히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발표 직후 공개된 라운드별 득표 상황이 80년대 '역전의 전설'로 육상 중거리 트랙을 주름잡았던 세바스찬 코 런던 유치위원장의 레이스와 거짓말처럼 닮아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1차 투표 결과 런던은 22표, 파리 21표, 마드리드 20표, 뉴욕 19표, 모스크바 15표로 모스크바가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갔다.

올림픽 육상 스타트 라인에 나란히 서 금메달을 꿈꾸는 주자들처럼 출발 총성과 함께 숨가쁜 레이스가 시작됐고 초반 질주는 간발의 차이를 다투는 혼전이었다.

2차 투표에서 뉴욕이 16표로 탈락되면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다크호스' 정도로만 여겨졌던 마드리드가 32표로 런던(27표), 파리(25표)를 단번에 추월해버린 것.

런던 유치위원장 세바스찬 코의 현역시절 주종목이었던 1,500m 레이스라면 두세바퀴를 돌았을 때 순간적으로 선두가 뒤바뀐 셈이었다.

그러나 마드리드의 기쁨도 잠시.

3차 투표에서 역시 예상대로 런던과 파리가 39표, 33표를 얻어 1.2위로 치고 나갔고 4차 투표에 진입하면서 두 주자는 피니시라인을 향하는 백스트리지로 접어들었다.

G8 정상회담에 참석하느라 싱가포르를 떠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로게 위원장의 발표 순간을 차마 눈뜨고 지켜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결선 투표의 골인 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는 것.

로게 위원장의 입에서 '런던'이 튀어나오는 순간 총회장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던 코 위원장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순식간에 10여명의 런던 대표단에 둘러싸였다.

런던 54표, 파리 50표로 4표 차의 근소한 승리.

"모든 압박감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그 압박감을 활용해 뭔가를 이뤄내지 못하면 결국 그것에 자신이 굴복할 수 밖에 없다."

육상스타 명언집에 남아있는 코 위원장의 말처럼 런던은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일궈냈다.

대중교통 등 인프라 문제를 지적한 IOC 보고서 등을 감안하면 런던은 파리에 대적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런던 유치팀에는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육상 1,500m를 2연패하고 세계기록을 무려 40여차례나 작성한 코 위원장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막판 역전을 노리고 있었다.

영국 언론들은 "코 위원장이 현역시절 선두를 바짝 뒤쫓다 막판에 역전 우승을 여러차례 했듯이 이번 유치 경쟁에서도 역전승을 할 것"이라고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았는데 이 전망은 기막히게 들어맞았다.

지난해 미국 출신 바버라 카사니 위원장 대신 런던 유치팀의 지휘관이 된 코 위원장은 "조국에 스포츠 사상 가장 큰 선물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모든 승부는 언제나 박빙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우리의 순간이다"고 감격에 젖었다.

지난 92년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99년 영국육상연맹 사업분과위원장을 지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코 위원장은 90년에 결정된 2000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고배를마신 뒤 15년 만의 역전 드라마를 쓴 것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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