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신문 창간 축시> 매일신문, 해와 달을 인 당신은

해와 달을 이고 당신은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흰 부석(浮石) 머리에 얹은 백두산에

피가 흐른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흐르는 피는 '나의 것'이어야 마땅합니다.

당신은 재야 기질 논조로 백주(白晝) 테러를 당했고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당신을 더욱 사랑했습니다.

1965년 간첩 기사로 기소되던 해, 나의 시(詩)가

처음 발표된 인연으로 더 가까이 사랑하게 됐고

이사를 아무리 다녀도 당신은 늘 곁에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꼬장꼬장했습니다.

우리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 당신은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나오는 블룸처럼

찾아갈 곳은 어김없이 다 찾아 다녔습니다.

돈 벌러 광부나 간호원으로 떠나갔던 60년대

서독 루르 탄광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광부들에게 파고다 담배를 나눠주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애쓰는 모습을 보고

뤼브케 서독 대통령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는

석간(夕刊)을 읽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선연합니다.

해와 달을 이고 당신은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온갖 고난의 쉰아홉 해를 가슴에 안은 당신은

한 사람 한 사람 가슴에서 나오는 피가

'나의 것'이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당신은 자유를 향해 날아오르는 새가 되고

에어리얼 요정이 금색 하프로 타는

영원의 노래, 바로 그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변함없이 당신은 가난한 사람들 편이었습니다.

그렇게 꼬장꼬장한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이렇게 가다가 잃어버리는 게 많을지라도

언제까지나 당신을 가까이, 깊이 사랑하겠습니다.

도광의 시인·전 대구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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