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입시안 政略的으로 막아서야

정부'여당이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겠다는 서울대 입시안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본고사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막겠다고도 했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은 '전면전을 벌이겠다' '초동 진압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대학 입시 문제를 두고 대학과 마치 '전쟁'이라도 치를 태세여서 심히 우려되며, 과연 교육 문제를 정략적으로 몰고 가도 되는 건지,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서울대에 이어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까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그간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며칠 전 '지난주 제일 나쁜 뉴스는 대학별로 논술고사를 본고사처럼 되도록 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뒤 여당과 함께 '전의(戰意)'까지 갖게 된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며칠 전, 본란을 통해 서울대에 이어 서강대'성균관대'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들이 잇따라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를 도입하려 했을 때 교육부의 '3불 정책' 기조를 거스르면서까지 그런 발상을 하는 데는 이해할 만한 이유가 적지 않아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새 대입 제도로는 변별력이 떨어져 학생들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논술의 강화가 사실상 본고사 부활이나 '고고 평준화' 틀을 거스르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평등주의를 앞세워 경쟁력을 키우려는 대학의 입장을 무시하고 막겠다고만 나서는 건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이번 서울대 입시안은 다른 대학의 전범이 될 수 있고, 거의 모든 대학 입시와도 맞물린 문제라는 점에서 대립보다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게 순리임을 강조해 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