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각 구·군청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구청장·군수들이 한목소리로 공공기관을 분산배치해줄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각 구별로 유치추진회 등을 구성해 자신의 지역으로 이전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지역 발전을 위한 당연한 요구라는 시각과 함께 대구라는 한 생활권에서 구·군별 유치활동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구청장·군수 모임=대구지역 구청장·군수협의회는 6일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각 구·군이 공공기관 유치에 서로 열을 올리는 모습은 갈등 양상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어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근본 취지에 맞게 분산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8개 구·군 단체장들은 지역 특성에 따라 기능군별로 분산 배치하고 각 구·군의 의사를 배치계획에 적극 반영해 줄 것을 내용으로 하는 건의서에 서명한 뒤 이를 대구시에 전달했다.이날 박경호 달성군수는 모임에 참석했으나 달성군 현풍면에 혁신도시 건설을 염두에 둔 대구시의 입장을 의식, 건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각 구별 활동=달성군과 함께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동구는 공공기관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6일 동구 동촌농협 강당에서 '공공기관 동구유치를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위원장 류상락)가 결성됐다. 이 위원회에는 오기환 전 동구청장과 최외수 동구의회 의장을 비롯해 동구의회 의원 등 지역인사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안심지역의 신서택지지구(132만 평)가 이전지로 가장 적합하다며 △동대구역과 대구국제공항, 지하철 1호선,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고 △구미, 칠곡, 포항을 잇는 발전축의 중심에 있고 △동대구벤처·봉무패션어패럴밸리 등 산업·연구기능 등의 장점을 들었다.
이훈 동구청장은 "산업기능군이 현풍으로 가더라도 한국가스공사 등 최소한 5개 기관 정도는 동구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남구의 경우 열악한 재정자립도에 미군부대·앞산 등으로 개발제한의 불이익을 받아왔다며 공공기관 유치를 지역 발전의 기회로 보고 있다.
남구청은 대구교대 영남이공대 등 대학과 대학부설병원, 사회교육 및 문화복지 시설 등 지역특성을 감안, '교육과학기능군' 이나 '한국감정원'의 유치를 목표로 남구청 및 반환예정인 미군부지 계명대 등에 부지를 제공하는 등 유치활동을 펴기로 했다.
북구청은 교통의 접근성과 도남동, 연경동 지역이 그린벨트 조정 가능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구·군별 특성에 맞는 공공기관의 기능군별 분산배치를 희망하고 있다.
북구의 경우 4개의 고속도로와 3개의 나들목, 또 고속철도, 대구공항 등 시외로의 접근성이 좋고, 신천대로, 신천동로 등 시내 교통망이 잘 이뤄져 있는 데다 지하철 3호선 완공에 따른 교통적 입지를 강조하고 있다.
북구청은 이전 공공기관에 대한 지원시책 및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테스크포스팀을 꾸렸고 이달 중순까지 공무원, 구의원, 교수, 기업체 대표, NGO 관계자 등 15~20명으로 유치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8개 구·군청 중 가장 발빠르게 '범국민 공공기관 유치위원회'를 발족한 서구청은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산업단지공단 유치에 힘쓰고 있다.윤진 서구청장은 "서구는 대구에서 대표적인 낙후지역인데도 불구하고 각종 지원정책에서 소외돼 왔고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끔 이들 기관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7일 공공기간 이전과 관련 산업군, 학술기능군 등 6개 기관을 희망하고 있다. 우선 성서공단과 관련 산업군에 속해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신용보증기금 등 3개 기관 유치를 원하고 있고 평생학습도시와 연계해 교육인적자원연수원, 중앙신체검사소, 한국전산원 등이 이전되길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대곡동 일대 그린벨트 22만 평을 공공기관 이전장소로 내정하고 이번 주에 추진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유치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여유있는 수성구와 달성군=수성구는 가장 느긋한 입장이다. 굳이 유치활동을 펴지 않더라도 공공기관마다 수성구를 선호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규택 수성구청장은 "공공기관 직원들은 교통·교육·재산권 3박자를 고루 갖춘 수성구를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수성구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 옛 대동은행 빌딩을 사들여 줄 것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덩치가 큰 기관은 대동은행 건물로 입주하고, 다소 규모가 작은 기관은 시지 쪽으로 입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각종 공기관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수성구로서는 오히려 역차별을 우려하고 있다.
달성군의 경우 대구시가 현풍·유가 일대에 혁신도시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다소 여유있는 표정이다. 그러나 현풍 신도시가 도심과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월현고속도 조기 건설, 국도5호선 확충, 낙동강 강변도로 건설 등 중앙 및 대구시 등에 요청하는 등 교통망 확충에 적극 나서기로 했고 자체적으로 구지-화원간 경전철 건설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대구시 입장과 구·군유치활동의 실효성=대구시는 6일 부구청장·부군수에게 각 구·군의 공공기관 유치활동을 자제해 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또 구·군이 개별적으로 이전대상 공공기관과 접촉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지역별 소이기주의로 인해 공공기관 이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대구시는 각 구·군의 유치활동이 아무리 치열해지더라도 각 지역별로 공공기관을 분산배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달 말쯤 혁신도시 조성 지침을 결정하면 명확해지겠지만 현재로선 가능한 한 이전 공공기관 전부를 혁신도시에 수용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총리와 12개 시·도지사가 이전 공공기관을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경우에만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합의했기 때문.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구청들의 요구대로라면 공공기관을 한두 개씩 나눠주는 것이 맞겠지만, 정부 방침에 따르지 않으면 1조 원 이상의 혁신도시 건설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구청장·군수들이 공공기관의 분산배치가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인기성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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