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VS '범죄 수사권'

美 '취재원 보호권' 논란 재연

미국 연방 검찰이 6일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 누설사건 이른바 '리크게이트(LeakGate)'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뉴욕타임스 기자를 구속함으로써 언론의 취재원 보호권리와 정부의 수사권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미국 연방 수사당국은 뉴욕 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기자를 구속함으로써 범죄수사에 있어서 언론의 취재원 보호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언론인이 과연 법원의 취재원 공개명령에 불복하면서까지 취재원의 신분을 비밀로 지킬 권리가 있느냐 여부는 과거에도 미국내에서 범죄와 관련된 취재원 공개를 거부한 언론인들이 구속될 때마다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03년 7월 워싱턴 포스트의 보수적인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CIA 비밀 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누설함으로써 시작됐다. 그 전에 플레임의 남편인 조셉 윌슨 전 대사는 당시 뉴욕타임스에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침공정당화 논리를 반박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자신의 부인 신분이 노박의 칼럼에 공개되자 행정부 관리들이 자신의 기고문에 대한 보복으로 고의로 플레임의 신분을 언론에 흘렸다고 비난했다. 미 당국은 특별검사를 임명해 이 주장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당시 노박은 '두명의 고위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플레임이 CIA 고위층에 부탁해 자신의 남편을 니제르에 보내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 노력 보도를 조사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CIA 비밀요원의 신분을 고의로 누설하는 것은 중범죄에 해당한다.

밀러 기자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정작 플레임의 신분을 공개한 노박은 법정 모독혐의를 받지도 않았고, 구속당할 것이라는 위협도 검찰 측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받지 않았다. 이 사건을 주시하는 법률전문가들은 노박이 특별검사 측에 협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노박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자신이 검찰에 어떤 협력을 했는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아 다른 언론인들과 칼럼니스트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노박은 최근 문제가 해결된 뒤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면서 정부가 언론인을 투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밀러의 취재원 보호 행위를 옹호했다. 발행인인 아서 슐츠버거 주니어는 성명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의 더 큰 선(善)이 양심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때가 있다"면서 "밀러는 자신의 취재원에 대한 익명성보장약속을 지키는 데 있어서 그런 (양심적인) 행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슐츠버거 주니어는 이어 "그녀는 우리처럼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정보에 밝은 시민사회를 유지하는데 긴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검사인 패트릭 핏제럴드는 언론인들의 취재원 보호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언론인들은 (취재원의) 완벽한 익명성을 약속할 자격이 없다…. 미국내 누구도 그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핏제럴드는 이어 타임지의 매튜 쿠퍼 기자와 밀러 기자의 취재원은 두 사람에게 모두 자신의 신분을 밝혀도 좋다는 메시지를 주었다고 주장했으나 두 사람의 취재원이 같은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그는 밀러 기자의 입장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법원은 밀러에게 만일 법원의 명령에 반항한다면 그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밀러와 뉴욕 타임스는 법정모독 행위를 저지를 밀러의 능력과 그렇게 할 법적 권리를 혼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밀러에게 법정모독을 저지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의 많은 부분은 그녀 자신을 법 위에 놓는 것이 용서될 수 있다는 (발행인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오도된 응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의 편집국장인 빌 켈러는 검찰은 어떤 범죄를 수사하고 있는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확히 어떤 범죄가 저질러졌고 특별검사가 한 명예로운 언론인을 처벌하는 가혹한 행위를 함으로써 얻으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미스터리 때문에 이것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정부와 다른 권력기관의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미래의 정보 은폐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면밀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감시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밀러 기자의 구속 때문에) 오늘 등골이 오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