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olorful Daegu'-파리 센강에서 배운다.

신천 야경에 멋을 입히자

지난해 12월 대구시는 대구를 상징하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Colorful Daegu'로 정하고 도시마케팅에 적극 활용키로 했다.

외국의 경우 뉴욕시(I ♥ NY), 스위스(Get Nature), 뉴질랜드(100% Pure) 도쿄(Yes! Tokyo), 필리핀( WOW Philippines) 등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으며, 많은 외국인들이 슬로건을 통해 해당도시를 쉽게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각 자치단체들이 해피 수원, 하이 서울, 다이나믹 부산 등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 문화적 토대, 그리고 행정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응집하여 타 도시와의 차별화를 통한 도시브랜드를 제정해 도시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유럽 여행의 중심지이며 예술과 패션의 본고장으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파리.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파리. 매일신문도 파리 시민들의 안식처이자 파리를 역동성이 넘치는 도시로 만들고 있는 원동력 센강과 그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기능성과 미적 요소 등을 분석하고 대구의 신천과 그 다리들에서 '컬러풀 대구'의 상징성을 가늠해 본다.

◇ 대구에는 신천이, 파리에는 센강이 흐른다

'컬러풀 대구'란 도시 브랜드 슬로건만 정해놓고 그 내실을 채우지 못 한다면 공염불에 그친다. 파리 시가지를 13㎞에 걸쳐 동서로 가로지르는 센(Seine)강이 있고 그 강에는 저마다 예술가의 손길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닌 31개의 다리들이 놓여 있다. 수많은 시인들이 센강의 다리를 주제로 시를 남겼고 수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다. 파리의 다리들은 건축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파리시민의 긍지를 표상하고 있으며 프랑스 정부는 '역사적 상징물'로 다리를 보존하고 있다.

센강의 다리는 밤이면 더 화려해지고 컬러풀해진다. 파리를 '40대의 여인'으로 비교하곤 한다. 40대 여인의 눈가 주름이 밤이면 어둠에 덮여 드러나지 않고 화려한 화장으로 다시 태어나듯 낮 동안 우중충한 중세의 회색빛이 밤이면 화려한 색깔의 야경으로 바뀌어 여행객들을 설레게 한다. 그래서 '파리는 밤의 문화'라는 얘기도 있다.

대구에는 신천이 있다. 대구의 신천은 12.5㎞에 걸쳐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고 있고 12개의 다리가 있다. 하지만 대구 신천의 다리는 단순히 교량으로서의 역할만 한다. 센강의 다리와 달리 12개의 다리 이름은 인근지역의 지명으로 지어 낭만이 깃들 여유를 없앴다. 더욱이 신천의 다리는 완전히 차량을 위한 다리다. 형식적인 인도가 있지만 다리에 시민들을 머물게 할 이벤트가 없다.

센강의 다리는 모두가 둔치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어 강과 일체가 되지만 신천의 다리는 몇 개만이 내려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더군다나 밤이 되면 신천의 다리는 다리 위 가로등만이 다리가 있음을 보여줄 뿐, 그대로 어둠에 묻혀 버린다. 다리를 밝히는 예술적인 조명으로 밤마다 새롭게 탄생하는 센강의 다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것이다.

◇ 신천, '컬러풀 대구'의 최대 공약수

현대화가 진행될수록 대구 도심은 각종 건물과 아파트가 들어서 거대한 콘크리트 섬으로 변해가고 있다. 신천은 대구에서 유일하게 채워지지 않는 연속된 자연경관이다.

장장 12.5㎞에 걸쳐 연속된 거리는 자전거 동호회나 마라톤 동호회원들의 단골 코스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아침 저녁 시민들로 넘쳐나고 있다. 대구의 밤문화를 컬러풀하게 만들 수 있는 곳으로 이곳보다 더 기막힌 곳은 없다.

우선은 신천의 다리마다 조명을 설치하자. 한강을 가로지르는 교량들도 월드컵을 계기로 일제히 빛의 조형물로 변신했고 얼마 전 개통된 부산의 광안대교는 교통체증을 해결하는 교량기능 이전에 도시의 바다에 밤의 풍경과 밤의 문화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조형기능으로 더욱 유명한 명물이 됐다.

얼마 전 동구청에서는 아양교를 팔공산의 관문적 이미지로 산의 실루엣을 상징하는 아치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해 신천을 신선하게 변모시켰다. 신천은 상동교에서 침산교에 이르기까지 수성구, 중구, 동구, 북구 등 4개 구를 아우르고 있어 대구의 상징성을 갖추기에도 충분하다.

◇ 아름다운 다리가 도시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

누군가 대구를 상징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자신있게 대답할 무엇인가가 대구에는 없다. 유명한 도시마다 각 도시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다. 타 도시에는 없는, 다른 도시에서는 흉내낼 수 없는 독창적인 상징물일수록 좋다. 신천이 그 해답이다. 대구 도심을 관통하고 흐르는 신천의 각 다리마다 새로운 이름을 정하고 건축가들과 조형예술가들에게 리모델링을 맡겨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순환도로변의 획일화된 콘크리트 벽과 잿빛 고가도로의 표정도 조명 불빛으로 화려하게 바꾸자. 특히 야간에 강변도로의 연속성과 불빛이 반영된 도시의 모습은 외지인들에게 강렬하고 화려한 대구의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 신천 둔치마다 마련된 녹지는 다리의 야경과 어우러져 그대로 자연공원이 된다. 대구도심 어디에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이지 않고 이런 기막힌 자연공원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없다.

◇ 도시 역동성의 원천은 인간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도시라야 역동성이 살아난다. 좌파 사회당 출신의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해마다 8월 한달 동안 약 3㎞의 센 강변도로를 막아 스포츠 시설과 작은 수영장, 모래사 등을 인위적으로 마련해 여름 바캉스를 떠나지 못하는 파리잔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이 강변 비치는 해마다 300만 명이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됐고, 이 파리 해변은 프랑스의 리옹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독일의 베를린 등에서 이미 똑 같은 해변을 만들 만큼 유럽내에서도 참신하고, 복잡한 도시 이미지를 아름답게 바꾸어 놓은 멋진 아이디어로 인정받고 있다.

파리 시청 앞 광장에도 인위적으로 모래사를 만들고 파라솔을 설치해 발리볼 대회를 여는 등 시민들에게 역동성을 제공하고 겨울에는 인공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파리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신천은 이미 2급수를 넘어 1급수에 가까운 깨끗한 물이 흐른다. 여름 한 달이라도 시민에게 멋진 강변을 만들어 제공한다면 대구의 이미지는 확 달라질 것이다. 겨울에도 일정 구간을 막아 썰매장을 만든다면 시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파리에서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사진:◇ 퐁 데 자르-퐁 데 자르(Pont des Arts), 루브르와 한림원 사이에 걸쳐 있는 다리로 1804년 나폴레옹에 의해 건립됐는데 나폴레옹 시대 루브르궁을 '예술의 궁'이라 일컫는 데서 유래됐다. 철구조물 다리로 나무로 바닥을 깔고 꽃과 나무와 벤치로 장식된 인도교로 우리나라의 덕수궁 돌담길처럼 이 퐁 데 자르를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건너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전해와 하루종일 연인들로 넘쳐난다.

◇퐁네프 다리-퐁 네프(Pont-Neuf). 빅토르 위고가 격찬했고 피사로 등 많은 화가의 화폭에 등장했으며 '퐁네프의 연인'이란 영화의 소재로 쓰인 유명한 다리다. 난간마다 아치가 있어 연인들의 키스와 사랑 고백 장소로 애용된다. 가장 오래된 다리지만 뜻은 '새 다리'란 의미를 갖는다. 건설당시 다리를 385개의 가면으로 장식했는데 원본은 지금 카르나발레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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