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7년 국내 초연 화제작, 극단 76 대구무대에 올려

'관객모독' 한다고 욕하지 마세요

관객은 연극의 존재 이유다. 아무리 탁월한 배우와 희곡이 있더라도 관객이 없다면 그 연극은 '앙꼬'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관객은 연극의 창조자인 동시에 감상자로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데 돈 내고 들어온 관객에게 감히 상스러운 욕설과 물벼락을 퍼붓는 어이없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제목조차 발칙하다. '관객모독'.

오는 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극단 76단의 '관객모독'은 흔히 생각하는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이다. 독일 작가 페터 한트케가 발표한 이 작품은 1966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연돼 연극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는 1977년 초연됐다. 당시 배우들의 욕설에 분노한 관객들이 조명과 유리창을 깨는 등 난장판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反)연극', '언어연극' 이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엔 주연도, 조연도 없다. 일정한 극적 스토리도 없으며 배우들은 시종일관 관객에게 말을 걸고 욕설을 하는 등 도발적인 연기를 펼친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언어유희와 극중극, 랩이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어두운 객석에서 팔짱을 끼고 편안하게 무대를 보겠다는 마음은 일찌감치 접는 게 좋다. 수시로 밝아지는 객석 조명과 배우들이 던지는 질문은 관객을 긴장시킨다. 배우들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그들에게 손가락질하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배우들의 엽기적인 대사와 즉흥적인 행동 앞에서 관객들은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무례함을 참지 못하고 대거리를 하기도 한다.

절정은 마지막 20여분.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기기묘묘한 욕지거리와 함께 물 벼락을 퍼붓는다. 탤런트 겸 영화배우 양동근을 비롯, 전수환, 윤상화, 서은경, 한재혁 등이 출연한다. 오후 4시 30분·7시 30분. 2만5천~3만5천 원. 053)623-7875.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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