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창업> 뒤집어라! 그래야 열린다

발칙(?)해야 살아 남는다

'왜 베이커리 케이크만 생일상에 올라가야 하지?' '자판기, 넌 왜 커피만 쏟아내니?'

이번주 창업면은 이런 식의 '발칙한' 생각을 하고 있는 창업가 사람들을 만났다. 떡으로 케이크를 만들어내고, 커피 대신 한방차를 자판기에 집어넣은 그들은 고정관념을 뒤집은 '신(新) 인류'. 튀는 것만이 살아남는 세상. 그들은 스스로 뒤집지 않으면 결국 뒤집힌다고 했다.

◆생일상 위의 쿠데타

성우진(31)씨는 2002년 6월 1억 원을 투자해 대구 지산동에서 '떡보의 하루'라는 떡 판매점을 열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성씨의 가게도 평범했다.

하지만 창업 1년이 지난 2003년 봄, 그는 '떡케이크'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2년여. 대구시내는 물론, 전라도를 제외한 전국에 34곳의 가맹점이 나갔고 대구 성서·서울·부산·인천 등 떡케이크 제조공장만 4곳이 만들어졌다. 대박이 터진 셈이다.

"제가 떡사업을 시작하기 전, 시기로 따지면 1990년대 후반에 이미 떡케이크가 유통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소비자들이 불편해 해요. 직접 와서 주문하고, 또 찾아가야 하고. 번거로웠죠. 불편함부터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홍보에 월 평균 1천500만원 투자

배달에 승부를 걸었다. 제품 홍보물을 돌린 뒤, 주문이 오면 집으로 배달을 해줬다. 가게가 지산동인데도 불구하고 대구 북쪽 끝 칠곡지역에서 주문이 와도 두말 없이 배달을 했다.

성씨가 떡케이크 사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은 홍보. 투자 우선 순위 1번에 광고비를 넣었다. 신문, 전단 등의 광고에 월평균 1천500만 원 가량을 투자했다.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허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당장은 광고비가 아까운 것 같지만 결국 들인 비용의 몇 배만큼 효과를 낸다고 했다.

그는 케이크 재료로서 떡의 장점을 일찍부터 확신했다. 연령대 구분 없이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베이커리 케이크와의 승부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떡케이크 하나에 10여 개 종류의 떡을 넣는 방법으로 떡의 단점인 단조로움도 극복했다.

위기도 있었다. 사업 시행 초기 떡재료인 찹쌀값이 2배나 올라버렸다. 하지만 그는 값싼 수입재료를 쓰지 않았다. 위기임에도 샛길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지 않았던 것. "과자처럼 낱개로 포장된 떡이 곧 나옵니다. 때마침 웰빙바람까지 불고 있으니 '떡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올 것으로 봅니다." 1544-4427.

◆옷 갈아입은 자판기

서병문(60)씨는 2002년 엉뚱한 의문을 가졌다. 왜 빌딩마다, 동네 곳곳마다 자리잡은 자판기는 커피만 토해내고 있는지.

서씨는 물음표만 던지지 않았다. 커피 대신 한방약차가 나오는 차 자판기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발명특허를 5개나 따내면서 한방약차기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제가 제조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외국을 많이 다녔는데 우리나라같은 자판기 커피 문화를 찾아볼 수 없었어요. 커피를 즐기는 외국 사람들은 열량이 높은 커피크림을 타지 않을 뿐더러 설탕도 우리나라 자판기 커피마냥 많이 넣지 않습니다. 외국엔 모두 원두커피 뿐이에요. 건강을 해칠지 모르는 자판기 커피문화는 우리나라뿐입니다. 이걸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죠."

◇올들어 전국적으로 600여대 팔아

'건강사랑'이라는 이름의 그의 회사는 올해부터 매출이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다. 대구는 물론 부산·대전·광주·전주 등 전국 10곳으로 대리점이 퍼져나가 있다. 올 들어서만 전국적으로 600여 대의 기계가 팔렸다.

가장 수요가 많은 곳은 한의원. 24시간 손님을 맞는 식당과 PC방, 장례식장, 병원, 택시회사 등에서도 주문이 늘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는 장소에서는 한방약차 자판기가 이미 커피를 상당 부분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대추·구기자·갈근·건강(말린 생강)·계피·용안육·감초 등 7가지 한방재료를 자판기에 넣어 기계 안에서 2시간 가량 끓여낸 뒤 3시간쯤 숙성을 거치면 자판기 커피처럼 차가 나온다. 차 재료는 대구 약전골목에서 구입한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제가 기계업을 오래 했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봤는데 제대로 된 맛을 맞추는 데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기존의 한방약차처럼 너무 쓴맛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렸죠. 자판기 한방약차는 부드러운 맛을 냅니다."

아직까지 1대의 자판기에서 여러 종류의 한방약차가 나오는 성능은 갖추지 못했다. 향후 풀어나가야 할 숙제.

"엉뚱한 기계가 결실을 맺으려면 우선 알려져야 합니다. 올해 초 광고에 신경을 쓴 것이 큰 덕을 봤습니다." 053)421-2966.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