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AL858기 폭발 공학적으로 성립 불가능"

대책위, 또 다른 폭발 가능성 제기

지난 1987년 11월 KAL 858기 폭파사건은 공학적·기술적 측면에서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AL기 사건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가족회(집행위원장 신성국 신부)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폭약 전문가를 통해 당시 안기부에서 발표한 폭약 및 폭발 관련 조사 내용을 검토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책위의 주선으로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폭파공학 전문가 심동수(50·공학박사) 동아대 겸임교수는 "컴퍼지션4(C-4) 폭약에 폭발력을 늘리기 위해 액체폭약(PLX·Pic atinny Liquid Explosive)을 폭파에 사용했다는 조사결과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액체폭약은 열·충격 등 물리적 자극에 의해 쉽게 기체로 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안정성이 낮아 취급이 까다로운 데다 신뢰성이 떨어져 다이너마이트 발명 이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실제 테러에 사용됐다는 보고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PLX로 추정되는 액체폭약은 안정성이 높고 취급이 용이하며 담황색으로 술병에 위장하기가 수월해 통상 테러용으로 사용돼 왔다"는 당시 안기부의 발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아울러 심 박사는 표준제품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C-4폭약에 폭발력을 배가시킬 목적으로 사제폭약 PLX를 혼용했다는 것도 폭파공학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상식과 동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심 박사는 "김현희씨가 KAL858기 기내 선반에 올려놨다고 진술한 라디오형 폭약 역시 안기부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기폭장치를 재구성해 보면 회로에서 발생하는 유도전류 및 미주전류(누설전류)의 영향으로 우발적 기폭이 일어날 수 있는 극히 불안정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식이 있는 전문가라면 이런 식으로 폭약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며 김현희가 공항 검색대에서 라디오를 실제 켜 봤다고 진술했는데 그때 터지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김현희씨가 진술한 액체폭약의 명칭 '피카티니(Picatinny)'에 대해서도 "이 용어는 미국에서 배운 전문가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는 점에서 북한 출신이라는 김현희가 실제로 말한 것이 아니고 조사과정에서 각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피카티니는 육군성 산하 무기공장 및 폭약 연구소가 위치한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읍 규모의 지역 이름으로 이들 기관의 명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심 박사는 사망한 폭파범 김승일씨의 혁대에서 C-4폭약이 아닌 TNT 반응이 검출된 것과 관련, "사전에 최종적으로 TNT를 실제로 폭파시켜 예행 연습을 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안기부에서 추정한 C-4 350g 정도의 폭발력으로 조종사가 구조신호도 보낼 수 없을 정도로 여객기를 산산조각 나도록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테러범의 몸에서 나온 TNT 반응을 근거로 화물칸에서 10㎏ 이상의 또 다른 폭약이 터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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