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그래도 '교육이 희망'

'교육자의 품성과 언행이 학생의 인격 형성을 좌우할 뿐 아니라 사회의 윤리적 지표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성적 평가를 투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한다.' 지난번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교직 윤리 헌장 내용 중 일부다. 이 무렵 수능시험 부정 사건, 인성(人性) 교육 위기 등을 개탄하는 사회 원로들이 '우리가 제대로 못 가르쳤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종아리를 친 일도 있었다. 그러나 과연 지금도 '헌장 따로, 현장 따로'는 아닐는지….

◇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장이 1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모든 과목의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내 학부모회 임원에게 넘겨줬다는 사실이 밝혀져 검찰에 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이 사건으로 학부모와 전달 일을 맡았던 등사실 직원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으니 '내신 성적 올리기'에 교장 주도 아래 손발이 척척 맞았던 셈이다.

◇ 이 같은 부정으로 전교 600여 명 가운데 330등에 머물던 학생의 성적이 무려 40등까지 올랐으며, 교사들의 의심 끝에 들통이 났다고 한다. 교사들은 평소 성실하지도 않은 학생의 성적이 크게 오르자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정답지 유출 사실이 확인됐다. 이어 서울시교육청 감사, 검찰 수사로까지 번져 마각이 드러나게 됐다.

◇ 문제의 비리 교장은 교육청 감사가 시작되자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교육자의 상에 먹칠을 한 그는 스승의 길뿐 아니라 사람의 길까지 포기한 경우가 아니고 무엇이랴. 학교는 단순히 지식만 전수하는 데가 아니다. 도덕'질서'협동공동체를 배우며, 정의'진리'양심을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등을 보며 자라고, 학생들은 스승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법이라면 너무나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 그래도 여전히 우리에겐 '교육이 희망'이다. 아마 기성세대들은 가슴에 깊이 남은 스승 몇 분 정도 없는 사람이 드물 게다. 그 덕분에 기성세대가 성장했고, 나라와 사회를 이끄는 위치에 오르기도 하지 않았을까. 본분을 외면한 학교나 교사 문제가 자주 불거지기는 하지만, 묵묵히 스승의 길을 걷는 교육자들이 적지 않으며,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시대가 바뀌고 세태가 달라져도 스승은 언제까지나 우리 사회의 사표(師表)여야 할 것이므로….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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