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제26회 서울무용제가 한창이던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무대. 한 작품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용철 섶무용단의 '업경대'. 이 작품은 아시아 국가들의 토속적인 음악과 몸짓을 바탕으로 밀교적인 손의 움직임과 육체를 끌어당기는 듯한 음악, 불경과 탑돌이를 상징하는 움직임으로 공간을 구성지게 채워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 무대를 만든 안무가 김용철(40·구미시립무용단 안무자)씨. 그가 내달 12~15일 일본 도쿄 디프라쳇 극장에서 한·일수교 40주년을 기념한 '한일 우정의 해 춤 교류전' 무대에 올릴 작품 '지워진 자를 위한 난장'을 준비 중이다. '지워진 자를 위한 난장'은 사고나 재난으로 인해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떠난 넋을 기리는 현대무용 작품. 지난해 홍익대 앞 포스트극장에서 열린 '내일을 여는 춤-우리 춤 뿌리찾기'에서 창작 공연됐다. 한지와 멍석이 소도구로 등장, 옷이 되기도 하고 삶과 죽음을 동시에 표현하기도 한다. 모두 6회의 공연 중 3회는 미국, 세르비아, 스페인, 일본 무용팀과 갈라공연을 펼친다. 또 세 차례의 공연에서는 한국과 일본 무용팀이 함께 즉흥 연주에 맞춰 즉흥 무용을 선보일 계획이다.
1992년 남성무용수 중심의 섶무용단을 창단, 본격적인 안무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그동안 서울미래춤비엔날레(97년), 바뇰레국제안무가대회(98년), 세계무용축제와 독일 현대춤 예술제, 일본 오사카 컨템포러리 무용제 등 해외에서도 활발히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는 "개인의 개성을 모두 지워내는 기존의 한국 무용과는 달리 무용수 개인이 가진 특성을 최대한 인정하면서 그 장점 위에 안무자의 컬러를 덧대야 한다"고 안무 지론을 편다. 그가 안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대중성'. 무용이 무대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유행하는 대중의 흐름을 무대 안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 때문에 그는 음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밀도와 집중감을 주기 위한 전체적인 그림과 음악에 따른 동작과 리듬감을 중시한다. "무용의 대본은 음악이며 관객과 소통하는 여러 감각 중 청각이 가장 앞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전통춤에 뿌리를 둔 서정적인 춤사위와 동작, 선을 조화롭게 엮어내며 민속춤과 현대춤의 접목을 시도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씨는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적 정서와 호흡을 간직한 현대 창작 무용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
그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일본의 '부토'처럼 우리 언어와 정서, 리듬감이 기초해야만 세계와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상하이, 일본, 태국 등을 방문하며 춤 교류에 힘쓰고 있는 김씨는 올해 유네스코가 선정한 국제문화예술프로그램 국제장학생으로 6개월간 방콕에 머물 계획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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